뒤늦은 '입력 중'에 이용자는 '나가기 중'…무너지는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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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18 12:30 수정2025.05.18 12:30

뒤늦은 ‘입력 중’에 이용자는 ‘나가기 중’…무너지는 카카오톡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변화하는 플랫폼 생태계 속에서 후발주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디스코드, 와츠앱 등 신흥 메신저 플랫폼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카카오톡이 기능을 뒤늦게 따라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한 때 ‘혁신 주도자’로 불리던 카카오가 동력을 잃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혁신’에서 ‘모방’으로 전락한 카카오의 실험 정신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에 ‘메시지 입력 중’ 기능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상대방이 채팅창에 글을 입력하고 있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표시해주는 기능으로, 대화창 상단에 노란 점이 깜빡이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온라인 대화상이라도 오프라인처럼 자연스러운 대화 흐름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은 냉담한 상황이다. 이미 와츠앱, 디스코드,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등 글로벌 메신저들이 수년 전부터 제공해온 기능을 카카오가 이제서야 실험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뒤늦은 모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실질적으로 필요 없는 기능”이라거나 “사생활 침해 우려만 커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기능은 카카오톡의 베타 테스트 플랫폼인 ‘카카오톡 실험실’을 통해 제공됐다. 카카오는 2014년부터 실험실을 통해 수십 개 기능을 선보여왔다.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조용한 채팅방’ 등 일부 기능은 실험실을 통해 공개된 후 정식으로 채택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용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혁신적 실험’의 상징이라는 평가받았다.

뒤늦은 ‘입력 중’에 이용자는 ‘나가기 중’…무너지는 카카오톡

하지만 실험실이 과거와 달리 혁신의 상징이 아닌 위기 돌파를 위한 ‘단기 처방’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 자체의 매력과 차별성이 약화한 상황에서 기능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소모적 전략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그사이 카카오톡에 등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앱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카카오톡 MAU는 4585만명으로, 전월 대비 10만 명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디스코드,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DM 등으로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몰입감 높은 사용자 환경(UI)과 커뮤니티 중심 구조, 빠른 상호작용을 앞세워 젊은 세대의 취향을 선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능은 따라잡을 수 있어도 정체성과 감성은 따라가기 어렵다”며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내놓는 땜질식 기능 추가로는 무너진 신뢰와 잃어버린 이용자를 되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기능 실험 넘어 플랫폼 혁신 필요

메신저 위주 서비스 전략의 한계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2021년 고점(17만3000원) 대비 7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번 주 기준 주가는 3만원 중반대를 맴돌며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장중 3만6850원대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톡 하나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구조적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는 조직 전반에서 실험 문화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자회사인 카카오뱅크도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에서 실험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는 단순히 ‘기능 개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카카오톡이 다시 플랫폼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선 단편적인 기능 추가가 아니라 기술과 UX(사용자경험)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전환, AI 기반 커뮤니케이션 기능 강화, 오픈 채팅의 커뮤니티 기능 고도화 등 '미래형 플랫폼'으로의 재정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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