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플랫폼에서 디지털 치료기기(DTx) 처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의사와 환자의 불신 등으로 시장 형성이 쉽지 않던 DTx 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헬스케어업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는 메라키플레이스는 최근 DTx 기업 웰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웰트의 불면증 치료제인 ‘슬립큐’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했다. DTx는 인공지능(AI)과 게임 등 소프트웨어, 앱 형태로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이번 제휴를 통해 환자는 비대면으로 수면 문제를 상담하고 슬립큐를 처방받을 수 있다. 슬립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불면증 DTx로 6~8주 동안 수면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의료 신기술 영역인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DTx 기업이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대면진료는 의사가 환자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게 한계로 꼽혀왔다. DTx와 비대면진료가 결합하면 앱 등을 활용해 환자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헬스케어업계 관계자는 “의사가 DTx로 환자의 몸 상태와 치료 과정을 살필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진료에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활로를 찾지 못하던 국내 DTx 산업이 비대면진료와 결합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국내 1호 DTx 허가 기업 에임메드는 대표이사 교체와 주주 손바뀜을 거쳤다. 1차 의료기관(의원급) 처방을 시작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실적은 없다. 호흡재활 디지털 치료로 기대를 모은 라이프시맨틱스의 소프트웨어(SW) 레드필 숨튼도 유효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다만 건강보험 수가 적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아직 많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