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왜 한 거죠?" 카톡 이용자도 '황당'…카카오 어쩌나

3 hours ago 1

최근 카카오톡은 ‘메시지 입력 중’ 기능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상대방이 채팅창에 글을 입력하고 있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표시해 주는 기능으로, 대화창 상단에 노란 점이 깜빡이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온라인 대화상이라도 오프라인처럼 자연스러운 대화 흐름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와츠앱, 디스코드,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등 글로벌 메신저가 수년 전부터 제공해 온 기능을 카카오가 이제서야 ‘실험’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적용했다는 점에서 ‘뒤늦은 모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험만 하다 날샐 판"…길 잃은 카카오

◇카카오, 감(感) 떨어졌나

18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번 기능은 ‘카카오톡 실험실’이란 내부 베타 테스트 플랫폼에서 나왔다. 2014년부터 운영 중인 카카오 ‘혁신 DNA’의 원천이다.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조용한 채팅방’ 등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 전체적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실험과 도전을 통해 카카오톡이라는 카카오의 본체를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전략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오프라인과 비슷한 대화의 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메시지 입력 중 기능도 이 같은 고민에서 비롯했다. “진즉 나왔어야 할 기능”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이용자 상당수가 “사생활 침해 우려만 커졌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베타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사용자 조사를 충분히 했을 테지만, 막상 서비스가 나오자 ‘카카오가 감이 떨어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땜질 처방 말고 혁신 내놔야”

IT업계에선 카카오가 여론과 쇄신 사이에서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앱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카카오톡 월간활성이용자(MAU)는 4585만 명으로 전월 대비 10만 명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디스코드,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DM 등으로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이들 플랫폼은 몰입감 높은 사용자환경(UI)과 커뮤니티 중심 구조, 빠른 상호작용을 앞세워 젊은 세대의 취향을 선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에서 “1분기 기준 국내 MAU는 약 4909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는 등 장밋빛 전망만 강조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그룹 AI를 총괄한 카카오브레인의 대표가 갑작스레 사임하고 별도로 회사를 차리는 등 카카오 내부에선 각자도생이 최선이라는 기류가 여전하다”며 “김범수 창업자의 복귀 등 리더십을 복원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신저 위주 서비스 전략의 한계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최근 카카오 주가는 2021년 6월 고점(17만3000원) 대비 7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번주 기준 주가는 3만원대 중반을 맴돌며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능은 따라잡을 수 있어도 정체성과 감성은 따라가기 어렵다”며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채 내놓는 땜질식 기능 추가로는 무너진 신뢰와 잃어버린 이용자를 되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