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에어비앤비 CEO "모두가 AI 바라볼 때…우린 AI가 대체 못하는 서비스에 집중"

3 hours ago 1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겸 최고 경영책임자(CEO)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사무실에서 미래 비전을 얘기하고 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위해 한글로 적힌 에어비앤비 상품 안내문을 갖다 놓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로스앤젤레스=송영찬 기자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겸 최고 경영책임자(CEO)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사무실에서 미래 비전을 얘기하고 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위해 한글로 적힌 에어비앤비 상품 안내문을 갖다 놓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로스앤젤레스=송영찬 기자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16일 기준)은 852억달러(약 120조원)다. 글로벌 대형 호텔 기업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748억달러), 힐튼월드와이드(608억달러)를 멀찌감치 앞섰다. 2007년 당시 20대였던 두 청년이 ‘공유 숙박’이란 개념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했을 때만 해도 에어비앤비가 100여 년 역사의 글로벌 호텔 골리앗을 삼킬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는 창업 초기부터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세계적인 예술·디자인 분야 명문대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선 찾기 힘든 디자인 전문가다. 체스키 CEO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에어비앤비가 “또 한 번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난 13일 한국 언론사 단독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그의 ‘비전’을 들었다.

▷AI 시대,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요?

“많은 사람이 대부분 ‘미래에 AI가 무엇을 할까’에 집중합니다. 우리는 좀 다르게 생각하려고 해요. ‘AI가 못하는 게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죠.”

▷거꾸로 생각하는군요.

“맞아요. AI가 여행지에서 마사지를 해주거나 식사를 준비해줄 수는 없을 겁니다. AI를 적용한 로봇과 같은 미래 기술이 적어도 5~10년 안에 나오긴 힘들 거예요. 그 사이에 AI가 대체할 수 없는 서비스와 체험의 세계가 크게 열릴 것입니다.”

▷왜 ‘사람’을 강조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창업 초기에 공유숙박 아이디어를 들은 상당수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낯선 사람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면서 잠을 자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요. 게다가 공유가 모든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과의 교류는 오히려 사람들의 선한 모습을 더 많이 끌어냈어요.”

▷다른 빅테크와는 생각이 다른 것 같네요.

“대부분의 사람은 본질적으로 선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행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가진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해독제가 되곤 하죠. 서로에 대한 개방성, 호기심, 친절함은 누구나 가진 감정이라고 할 수 있죠.”

▷AI가 사람 간의 연결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AI는 하나의 기술일 뿐이에요. 자체적인 의견이나 의도가 있을 수 없습니다. 결국 AI는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죠. 원자력이 도시 전체를 밝힐 수도 있지만, 도시 하나를 파괴할 수도 있는 것과 같습니다. AI는 이름 그대로 ‘인공’ 기술이지, 현실 세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보는군요.

“우리는 이미 AI와 인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계선에 와 있습니다. 사람들이 AI를 진정한 친구나 연인으로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요. 하지만 인간은 현실 세계에서 더 인간다움을 느낍니다. 이걸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에어비앤비의 목표예요.”

▷일자리 측면은 어떻습니까.

“회계사, 변호사 같은 직종은 AI로 대체될 수 있겠지만, 서비스 직종에서는 오히려 AI가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인간다운 서비스를 받는 것에 갈망이 있거든요.”

▷디자인 전공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개발자는 기술을 먼저 개발한 뒤 그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습니다. 저는 문제 해결 방안을 먼저 설계하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역으로 추적하죠. 그 덕분에 세계 여러 도시에서 각기 다른 새로운 사업을 하나의 시스템 아래서 펼쳐나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경영 철학도 디자인과 무관하지 않겠네요.

“디자이너로서의 제 배경은 에어비앤비를 독특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자산 중 하나예요. 에어비앤비가 최고의 AI 개발 기업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대신 우리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는 있습니다.”

▷빠른 성장에 비해 직원이 적어 보이는데.

“현재 직원은 7300여 명이에요. 직원당 매출로 보면 비슷한 업종의 빅테크 중 가장 효율적이죠.” 시가총액과 매출 면에서 비슷한 규모인 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의 직원은 약 3만1000명이다. 메리어트는 42만 명에 달한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인력이 적으면 불필요한 관료주의가 나타날 공간이 줄어들죠. 조직이 커질수록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데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이에 비해 에어비앤비는 작은 조직 덕분에 누구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리는 가벼운 조직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성장하긴 어려웠을 거예요.”

▷관세 전쟁의 영향은 없습니까?

“제조업과 달리 여행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어요. 특정 국가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여행하지 않는 등의 미미한 영향은 있지만, 전체적인 여행 수요는 줄지 않았어요. 올해 여름은 에어비앤비 역사상 가장 큰 여행 시즌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행 수요로 글로벌 경제를 예측할 수 있나요.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얘기해볼게요. 에어비앤비의 연간 예약액이 1000억달러(약 140조원)에 육박합니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총합이 100조달러니 전 세계에서 지출되는 1000달러 중 1달러가 에어비앤비에서 사용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글로벌 경제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세요.

“물론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소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저희가 분석한 데이터에 드러나요. 여전히 세계 경제는 강건합니다.”

▷신규 체험 상품으로 K팝을 내놨는데.

“한국이 가장 빠르게 커지는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서울은 지난해 에어비앤비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예약한 상위 10개 도시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여행객이 서울에서 현지 사람들과 더 깊이 교류하고 문화를 체험하길 원하고 있어요.”

▷한국의 관광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최근 아시아를 찾는 여행객들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과 같은 이웃 국가는 물론 호주 여행객의 예약도 빠르게 늘고 있죠. 향후에도 많은 글로벌 여행객에게 아시아의 매우 중요한 교차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차원에선 에어비앤비를 비판적으로 보기도 하는데요.

“그동안 공유숙박 관련 법규로 인해 에어비앤비에 많은 부정적 시각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우리가 너무 빠르게 성장하며 지역 숙박업계 등에 위협으로 간주되곤 했지요. 하지만 이번에 새로 출시한 체험형 서비스는 지역 사회의 성장을 돕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어떻게 상생할 수 있나요.

“AI를 통한 자동화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겠지만, 우리 플랫폼을 통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호스트(서비스 제공자)가 돼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어요. 에어비앤비가 일자리 등 AI 시대에 정부가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실리콘밸리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세계 어디에서나 노트북만 있으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도 네트워크의 힘은 여전히 중요해요. 실리콘밸리가 바로 그런 곳이죠. 이곳에선 투자자뿐만 아니라 창업자 네트워크, 언론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창업가들의 열정에서 오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