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젊은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축소경제’ 시대에도 성장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성장의 정체는 불가피한가?” “출산율을 늘리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나?”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에 체념하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젊은 직원들의 열정에서 희망을 봤다. 다가올 축소경제라는 미래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구 감소는 분명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하지만 축구에서 한 명이 퇴장당해도 남은 선수들이 조직력을 발휘해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하는 경우가 있듯,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과제다. 인구 증가를 통한 경제 ‘벌크업’이 어렵다면 생산성이라는 ‘코어 근육’을 키우는 것이 대안이다.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 첫 번째 방법은 기술 혁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80%에 불과한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다면 노동 인구가 반으로 줄어도 산출량을 유지할 수 있다. 노동생산성은 산업 구조, 기업 환경, 규제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지만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는 혁신 기술 활용 여부가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과 장비가 사람의 신체적·인지적 능력을 보완하고 나아가 AI와 로봇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인적 자원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30·40대 여성은 높은 교육 수준과 경험을 갖추고도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는 늘고 있지만 이들 중 상용직 비중은 2.2%에 불과하다. 퇴직자 교육, 재취업 지원 등 노인층 취업 지원이 시급하다.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약 70%)을 일본 수준(약 80%)으로만 높여도 노동 공급이 6.2%포인트 증가한다는 최근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유연근무제 확대, 돌봄 인프라 강화, 재취업 훈련, 맞춤형 직무 재설계 등이 그 방법이다. 독일 BMW는 고령 근로자 친화적 생산라인을 운영해 불량률을 낮췄고, 일본 이토추상사는 아침형 근무제와 돌봄 지원을 통해 직원들의 출산율과 노동생산성을 함께 높였다. 좋은 근무 환경 조성이 곧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는 ‘아무도 낭비되지 않는 사회’(NOW·No One is Wasted)다.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잠재력을 발휘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생산성은 물론 출산율 또한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축소경제라는 단어가 불안하게 들리겠지만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일 수 있다. 지금(Now)은 축소가 아닌 도약의 출발점이며, 핵심은 ‘기술 혁신’과 ‘NOW’ 구축이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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