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출근한 다카이치[횡설수설/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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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 중엔 ‘새벽형 인간’이 많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새벽 3시 45분이면 일어나 직원들에게 보낼 메일을 준비한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새벽 5시에 눈을 떠 1시간 동안 독서하는데 “출근도 전에 내 하루가 성공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벽에 폭풍 트윗을 날려 참모들 잠을 설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을 압도할 새벽형 인간이 화제다.

▷얼마 전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로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7일 새벽 3시 4분에 출근해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 준비 회의를 3시간 했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첫 예산위원회인 만큼 “정성스럽고 치밀한 준비가 필요”했으나 전날 밤까지 답변 자료를 완성하지 못해 새벽 회의를 소집했다고 한다. 야당에선 “총리가 3시부터라면 직원들은 1시 반, 2시부터 대기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윗사람이 일찍 출근하면 아랫사람 여럿이 힘들어진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새벽 1시에도 회의를 소집해 참모들이 하루 24시간 대기 상태였다. 수면 장애를 겪는 북한 김정은은 ‘새벽 시찰’이 잦은데 그때마다 사진 속엔 보고하고 지시받는 간부들이 한가득이다. 민주적인 조직에서 리더의 새벽 출근이 드문 이유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오전 6시 30분 출근해 안보 브리핑을 받아 원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다카이치 총리도 새벽 출근에 대해 “도와준 비서관, 경호원, 운전사들께 폐를 끼쳤다”며 사과했다.

▷새벽형 인간은 적게 자는 편이다. 나폴레옹은 “남자는 6시간, 여자는 7시간, 바보는 8시간 잔다”고 했는데 남자의 전유물이던 지위에 오른 여성들도 적게 잔다. 다카이치 총리의 롤모델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재임 시절 3∼4시간 자고 새벽 5시면 일어나 농부용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출근 준비를 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16년의 재임 기간에 많이 자도 하루 5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그러고도 버티는 비결에 대해선 “(밤새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기질이 있다”고 했다.

▷적게 자야 성공하는 건 아니다. 빌 게이츠는 7시간, 제프 베이조스는 7∼8시간, 워런 버핏은 8시간 이상 잔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은 “세계 인구의 5%는 4시간 미만을 자고도 버티지만 5%는 10∼12시간을 자야 한다. 규칙적으로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도 같은 값이면 열심인 게 좋아 보인다고 여기는 걸까. 백악관 대변인은 3∼4시간만 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잠도 자지 않고 일하는 근면한 지도자”라고 홍보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워라밸이란 말을 버리겠다.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해 나갈 것”이라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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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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