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티나가 47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항체 바이오베터 개발 국책 과제를 수주한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백민경 서울대 교수 연구팀도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차세대 항체 신약 개발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프로티나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AI 모델을 활용한 항체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실증’ 국책과제의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프로티나는 단백질 간 상호작용(PPI) 빅데이터 기반의 신약개발 기업이다.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새로운 기술을 더해 투약할 수 있는 환자군을 넓히거나 부작용을 줄인 개량 신약을 의미한다.
그동안 항체는 고리 부분이 자유자재로 모양이 바뀌어 AI기술을 통한 설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때문에 이번 과제에 삼성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프로티나와 협력을 모색해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항암제에 쓰이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전문적으로 개발해온 기업으로 이 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체 설계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백민경 교수 역시 AI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에 기여한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들과도 인연이 있는 등 이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프로티나-삼성바이오에피스-서울대 컨소시엄은 2025년 10월부터 2027년말까지 2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 AI로 설계한 10개의 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중 3개 후보물질은 비임상 단계까지, 1개 후보물질은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신청을 완료하는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전통적인 항체 신약 개발은 평균 3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특히 초기 개발 단계의 성공률이 매우 낮다. 최근 AI 기술이 도입되고 있지만, 설계 성공 확률은 1% 미만에 그치고 대규모 실험 검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으로 인해 개발 기간 단축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컨소시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프로티나, 삼성바이오에피스, 서울대가 협업해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단절 없는' 개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번 과제의 핵심 동력은 프로티나와 서울대학교가 공동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항체 설계 AI ‘AbGPT-3D’와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티나의 독자적 초고속 대량 항체 개량 및 성능 측정 플랫폼 ‘SPID(Single-Protein Interaction Detection)’이다. AbGPT-3D는 △주어진 항원에 정밀하게 결합하는 항체 구조를 설계하고 △설계된 구조에 최적화된 서열을 생성, △설계된 항체의 개발 가능성을 종합 평가하는 3가지 AI 모듈로 구성된다. SPID 플랫폼은 AI의 설계 속도를 현실화하는 ‘게임 체인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 수개월이 소요되던 검증 과정을 단 2주로 단축했으며, 매주 5000개 이상의 항체 서열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정제되지 않은 극소량의 시료만으로도 △결합력(KD) △생산성 △열 안정성 △응집성 등 7가지 핵심 개발 가능성 지표를 한 번에 정량 측정할 수 있어, 신약 개발의 병목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실제 프로티나는 SPID 플랫폼을 활용해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3개월의 기간 안에 원본 항체보다 동물모델에서 20~100배의 효능을 갖는 바이오베터 후보물질을 발굴했으며, 기존 약물 대비 최대 100배 적은 용량으로도 동등 이상의 치료 효과를 동물 모델에서 입증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환자의 투여 주기를 2주에서 수개월 단위로 획기적으로 늘리고, 부작용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국책과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컨소시엄이 발굴한 항체 후보물질을 실제 임상시험이 가능한 바이오의약품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책임지게 된다. 최신 자동화 장비를 활용해 높은 생산성과 안정성을 갖춘 세포주를 신속히 개발하고 배양 및 정제 공정을 최적화하며, 임상 시료 생산을 위한 대규모 생산(CMC) 공정까지 확립할 계획이다. 또한 이후에는 비임상 독성시험부터 최종 임상시험계획(IND) 신청까지의 절차를 총괄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주요 규제기관으로부터 총 11개 제품에 대해 39개국 IND 승인을 획득했으며, IND 승인 거절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전례 없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티나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년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다각적인 공동 연구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도전적 목표를 27개월 내에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항체 바이오의약품 개발 과정에 AI 설계 기술을 본격 도입함으로써, 글로벌 AI 기반 항체신약 개발의 실증 사례를 제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바이오베터 및 이중항체를 포함한 항체 후보물질 10종 확보 △물질특허 10건 출원 △3종 후보물질의 비임상시험 완료 △1종 후보물질의 임상 1상 IND 신청 또는 기술이전 달성을 목표로 한다. 컨소시엄이 개발 성공한 항체후보물질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임상 및 사업화를 주도하고 프로티나는 이에 따른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지급받을 예정이다.
본 컨소시엄은 단순한 신약 후보 발굴을 넘어, 기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성능을 능가하는 ‘베스트인클래스(계열내 최고)’ 바이오베터 개발을 지향한다. 이는 이미 검증된 시장에 진입해 개발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해 높은 시장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다.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는 “이번 국책과제 선정은 프로티나의 SPID 플랫폼, 서울대의 AI기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글로벌 개발 역량이 결합해 국내를 넘어 세계적 AI 신약 개발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27개월이라는 도전적 기간 내에 10개의 항체 신약 후보를 개발하고 IND 신청까지 달성해 플랫폼 기술의 혁신성을 입증하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신약개발을 담당하는 김윤철 상무는 "이번 국책과제 선정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통해 축적해 온 '공정 최적화 프로세스'를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항체 설계 AI 및 분석 플랫폼을 통한 후보물질 발굴을 통해 미충족 수요를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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