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맘다니 돌풍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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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맘다니 돌풍의 그림자

미국 코네티컷주와 뉴저지주에서 뉴욕시 접근성이 뛰어난 일부 지역에선 고급 주택 건설이 한창이다.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와 뉴저지주 앨파인이 대표적이다. 고금리와 공급 부족 등으로 침체기에 접어든 미국 전체 부동산시장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부동산 개발회사 측의 말을 들어보면 맨해튼의 부자들이 교외로 빠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택 구입 문의도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재택근무 확산, 불법 이민자로 인한 도시 치안에 대한 불만, 다른 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 등이다. 여기에 최근 좌파 성향 조란 맘다니가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로 확정된 게 이런 흐름에 더욱 불을 지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시는 민주당 텃밭인 만큼 맘다니가 뉴욕시장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최선 아닌 차악의 선택

맘다니의 공약은 급진적이다. 뉴욕시가 임대료 관리권을 가진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을 포함해 최저임금 인상, 무상 버스, 무상 보육 등이 핵심 공약이다. 맘다니의 약진은 고물가와 생활고 등에 시달리는 뉴욕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말 뉴욕시민들이 맘다니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 것인지는 의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맘다니의 공약은 대부분 정치적 협상이나 주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뉴욕시 단독으로 실행할 수 없는 게 많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이 맘다니를 선택한 데는 다른 이유도 상당히 작용했을 것이다. 가장 강력한 후보로 알려졌던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의 성 추문 전력이 그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여성 비율이 높은 뉴욕시에서 맘다니는 유권자에게 최선이 아니라 차악의 선택이었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맘다니 돌풍이 이어지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선 부자들의 탈뉴욕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맘다니는 고소득층에 대한 추가 과세(부유세), 법인세율 인상 등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미 뉴욕시에서는 과거의 영광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높은 세율, 복잡한 인허가 제도, 규제 등으로 도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경쟁력 떨어지는 뉴욕

미국 남부 애리조나주,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테네시주 등이 낮은 세율과 강력한 지원책으로 기업과 자산가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골드만삭스와 통신장비 회사 컴테크 등 상당수 기업이 남부벨트로 본사 전부 또는 일부를 옮겼다.

미국에선 정치인들이 서민과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급진적 정책과 기업 규제를 시행하다 결국 시민과 기업의 외면을 받은 도시가 적지 않다. 샌프란시스코가 대표적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일반 직원의 평균 급여 대비 100배 이상일 경우 세금을 매긴다. 주정부의 지원을 받아 노숙자용 공공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호텔과 모텔 등 기존 건물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노숙자를 비롯해 펜타닐(합성마약) 중독자가 도심에 자리 잡으면서 치안에 문제가 생겼다.

맘다니가 뉴욕시장에 당선됐을 때 뉴욕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시의 재정을 책임지는 기업과 자산가들로부터 외면받았을 때 어떻게 생존 전략을 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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