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도시 폭격[임용한의 전쟁사]〈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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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10만이 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전진 배치됐다. 향후 휴전회담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총공세를 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패배가 임박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러시아군은 이런 상황에서 전선에 힘을 쏟지 않고 연일 우크라이나 도시에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가하고 있다. 이는 도덕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옳지 않다. 아무리 물량에서 압도적 우위라고 해도 힘을 낭비하고 있다. 항공기가 전쟁에 투입된 뒤 민간 지역 폭격의 목적은 하나다. 상대 국민의 전쟁 의지를 꺾어서 불리한 조건이라도 정전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폭격은 러시아 역시 공세에 대한 부담을 자인하는 행동이다. 이미 병력 손실이 심각하고, 충원된 병력은 훈련이 부족한 채 투입된 게 틀림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올해 최소한 정전, 휴전 형태까지 갈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조건과 방법이다.

필자는 이전에 미국과 서유럽,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의 이해를 충족하는 타협안을 도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수밖에 없다. 힘으로 보면 우크라이나가 제일 약자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양보는 서유럽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강자인 러시아에는 당연히 양보를 기대할 수도 없고, 압박할 방법도 없다.

이를 실현할 유일한 힘을 가진 존재는 미국이다. 미국도 이란, 중국 등의 문제로 여력이 부족하긴 하다. 그래도 아직은 힘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서둘러 봉합하고,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때문에 카드는 한정적이다. 결국 정전협정은 물밑 거래와 이면 합의가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훗날 역사가는 강대국의 횡포라고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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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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