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원수]제 살길 찾는 ‘尹 직권남용의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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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수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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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올 1월 첫 영장과 비교하면 계엄 당일 국무회의 관련 부분이 크게 다르다. 국회가 ‘사후 통제 장치’로서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것처럼, 내란 특검은 관련 법령을 찾아내 계엄의 ‘사전 통제 장치’로서의 국무회의 역할에 주목했다. 국무회의를 계엄 착수 이전으로 보고, 계엄 이후 상황과 분리한 이유다.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극도로 제한하는 계엄은 국무위원 전원이 관계 부서장이라 전원 심의와 동의가 전제조건이라는 것이 검찰과는 다른 특검의 시각이다.

“나는 공범 아닌 피해자” 허점 파고든 특검

이런 차원에서 계엄 당일 국무회의가 열리는지 몰랐거나 뒤늦게 연락을 받고 이동 중에 계엄 선포를 알게 된 국무위원은 헌법상 심의권을 국무회의 주재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박탈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무위원 9명이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피해자가 되는 구조다. 불참한 국무위원들이 계엄의 공범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만약 참석했다면 계엄에 동의했을 것”이라고 말할 확률은 없다고 봐야 한다. 특검으로선 허점을 잘 파고든 것이고, 윤 전 대통령은 허를 찔린 셈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에 국무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렸으며, 절차상 하자가 일부 있었더라도 계엄과 같은 비상조치에는 국무위원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올 2월 헌법재판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도 국무회의 없이 금융실명제를 실시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논리가 통째로 무너졌다. 영장심사 때 금융실명제 직전 국무회의가 열렸고, 동영상과 회의록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 인터넷 검색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국무회의 기록을 수개월째 없었다고 주장한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게다가 비상계엄과 헌법 개정, 국민투표는 반드시 국무위원 전원의 부서(副署)가 필요하다는 행정안전부와 법제처의 업무 기준까지 나왔다. 공교롭게 윤 전 대통령의 고교 후배와 대학 동기 법조인이 각각 기관장이라 윤 전 대통령으로선 더 할 말이 없게 됐다. “전두환은 왜 국무위원 전원의 부서를 받았겠나”라는 말이 특검에서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드러난 9가지 직권남용은 빙산의 일각

윤 전 대통령 재수감의 의미는 간단치 않다. 전두환은 계엄 때 무장한 군인이 있는 곳에서 강압 상태로 국무회의를 연 것이 문제가 돼 내란죄 유죄가 확정됐다.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 동의 절차를 아예 생략한 데다 사후에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동의한 것처럼 선포문을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내란죄 방어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특검은 국무위원들, 경호처 관계자, 대통령비서관 등 3가지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했다. 이미 계엄 당일 국회와 선관위에 병력을 부당하게 투입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군 특수전사령부 등 6개 기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으로선 설상가상인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외환과 관련한 드론작전사령부뿐만 아니라 계엄 해제 표결 방해에 관여한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직권남용의 공범이 되지 않기 위해, 그간 말하지 않았던 피해 사실을 특검에서 적극적으로 진술할 수 있다.

실패한 수사의 마지막 단계에서나 고육지책으로 적용하던 직권남용이라는 도구를 윤 전 대통령은 검사 때 마음껏 휘두른 업보가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 재직 중엔 직권남용형 명령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의 직권남용 직접 피해자만 수십 명, 간접적으론 수천 명을 넘어섰다. 3대 특검 수사가 끝나면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지경이 되도록 피해자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에 제 살길을 찾는 ‘피해자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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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수 부국장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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