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윤정]어떻게 떼었다 붙일지보다 ‘장기 청사진’ 제시가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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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산업1부 차장

장윤정 산업1부 차장
요새 공무원들과의 만남은 ‘조직 개편’으로 시작해 ‘조직 개편’으로 끝난다. 어떻게 쪼개지고 합쳐지는 것인지, 대상으로 거론되는 부처들의 경우 온 조직의 촉수가 조직 개편으로 향해 있다. “뭐 들리는 이야기 없나요?” “과연 저희 세종으로 내려가는 건가요?” 등등 불안감 섞인 질문도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국정기획위원회의 정부 조직개편 작업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과정에서 이미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고,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은 새로 만들어질 재정경제부로 흡수시키는 한편으로 금융감독 업무는 금융감독원과 통합한 금융감독위원회에 맡기는 등의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조직개편과 관련한 질의가 쏟아지자 13일 “혼선을 초래할 내용이 많아 매우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는 조직 개편은 있을 수 있고, 정권 교체 이후 정부 조직을 손질하는 것은 종종 있어 왔다. 다만 불안한 건 ‘강한 부처를 나누자’, ‘권한을 어디로 줄 것인가’ 등 조직 개편을 둘러싼 각종 논의가 한창이지만 과연 그 개편이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실행하는 데 기여할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조직 수술’에 대한 정치적, 기술적 논의는 쏟아지는데, 그 조직이 장기적 비전을 그릴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잘 보이지 않는달까.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기술을 쟁취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쟁’이 한창이다. 무엇보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이 10년 전 첨단 제조업으로의 도약을 공언하며 장기 산업전략인 ‘중국제조(中國製造) 2025’를 내놓았을 때까지만 해도 비현실적이다, ‘과연 될까’라는 회의론도 일었다. 하지만 10년 전의 그 전략이 현재 AI·전기차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창조적 혁신을 끌어내는 선도자로 만든 기반이 됐다. 중국은 이제 국제표준까지 선도하겠다며 차기 10년의 목표를 담은 ‘중국표준 2035’를 내놓았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미국의 관세 폭격이 한창인 가운데 기초체력마저 바닥에 떨어졌다. 과거 주력 산업들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신성장동력 찾기는 요원하고, 인구는 주는데 장기 성장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됐지만 이 싸움에서 무엇을 먹고 살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정부 조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다만 정부 조직 개편과 더불어 그 조직이 어떤 비전을 그려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 국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내놓고 모든 것을 끌고 나가던 시대는 지났지만 적어도 개별 기업이 할 수 없는 ‘방향 제시’는 정부가 해야 한다. 예산, 기획, 산업 정책을 통해 어떻게 한계 업종을 정리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이 저성장 위기를 탈출할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 미래 비전이 절실한 때이니 말이다.

아무리 판이 바뀌더라도 정확한 ‘지도’ 없이는 또 길을 헤맬 수 있고, 지금 우리에겐 더 이상 헤맬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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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산업1부 차장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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