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년대 스코틀랜드 동부 던필립의 식료품 가게. 엄마를 따라온 한 소년이 체리 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체리 파는 할아버지가 “한 줌 집어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소년은 그저 할아버지만 쳐다봤다. 엄마도 허락했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체리를 한 움큼 집어 건네자 그제야 고맙다며 받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왜 할아버지가 집어주기 전까지 가만있었냐고 묻자 소년의 답은 이랬다. “할아버지 손이 저보다 훨씬 크니까요.”
이 영리한 소년이 훗날 ‘철강왕’이 된 앤드루 카네기다. 1919년 세상을 뜬 카네기의 만년 개인 재산은 4억7500만달러를 넘었다. 당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0.6% 수준이다. 현 30조달러대인 미국 GDP와 단순 비교해도 1800억달러 가치의 돈이다. ‘기부왕’으로도 유명한 그는 자선단체, 공익재단, 대학 등에 3억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내놨다. 그는 자서전 <부의 복음(Gospel of Wealth)>에서 “부자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카네기의 사회 공헌 활동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무료 공공도서관 건립이다. 미국 1681곳을 비롯해 세계 2811개 공공도서관 건립을 후원했다. 카네기재단이 내년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카네기가 설립한 도서관 전체에 1만달러씩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카네기 사후 10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1280여 곳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도서관 운영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후원을 의무화한 ‘카네기 공식(Carnegie formula)’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돈을 기부하는 데도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카네기가 도서관에 그렇게 가치를 둔 것은 어린 시절 소중한 경험 덕이다. 정규교육을 4년밖에 못 받은 그는 동네 유지인 퇴역 대령 제임스 앤더슨의 개인 서재에서 토요일마다 책을 빌려 읽으며 세상을 깨쳤다. 그에게 앤더슨의 서재는 “감옥 벽 열린 창문 틈으로 흘러 들어오는 지식의 빛”이었다. 그 빛은 지금도 세상을 비추고 있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를 비롯한 미국의 5만6000여 개 자선재단이 그 빛의 후손들이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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