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 학원 어느 정도면 괜찮나

첫 번째는 많이 가르쳐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부 욕심이 좀 있고, 아이를 잘 가르치겠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어릴 때 굉장히 많이 시킨다. 두 번째는 맞벌이하는 부모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 관리가 쉽지 않아 학원에 보낸다. 세 번째는 학교 공부로는 왠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설명만으로 충분한 아이도 있지만 어떤 아이는 그것만으로는 기본적인 학습을 못 따라가기도 한다. 아이에 따라서는 따로 지도를 받지 않으면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네 번째는 아이에게 슬슬 공부에 문제가 생기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고등학생만 돼도,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켰는데 성적이 안 나오면 부모가 어느 정도 마음을 접기도 한다. 보통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아이의 공부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부모는 아직 공부를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는데, 그냥 내버려둘 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등학교 1, 2학년 때만 해도 곧잘 100점을 받아 오곤 했는데, 고학년이 돼서 성적이 뚝 떨어지면 부모는 불안하다. 부모는 아이가 뭔가 학습에 문제가 생긴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하지만 자신이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가 없다.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아이한테 학원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대안이 없어서 보내기도 한다.그런데 아이가 하루에 학원을 세 군데 다닌다고 치자. 아마 집에 오면 거의 오후 7시가 될 것이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8시쯤 되면, 아이가 게임을 한 시간만 하겠다고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아이들은 대부분 한 시간이 넘어서도 계속 게임을 하고 있다. 그때부터 부모하고 실랑이가 시작된다. 그러다 오후 10시 즈음 공부나 숙제를 잠깐 하다가 부모가 잠이 들면 슬며시 스마트폰을 꺼낸다. 아이는 자정이 넘어야 잠이 들고,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한다.
학원을 서너 군데 갔다 오면 아이는 집에 오면 무조건 쉬고 싶다. 어른들도 업무에 지쳐 자정을 넘겨 들어오면 너무 피곤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다. 집이 지저분해도 치우기 싫고, 남은 업무가 있어도 집에서까지 하고 싶지 않다. 아이도 의무적으로 주어진 일, 안 하면 혼나는 정도만 공부하고 나머지는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공부의 깊이도 그렇지만 주도성에 큰 문제가 생긴다. 중고교에 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물론 학원을 많이 다녀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도 있기는 하다. 이 아이들은 적응력이나 감당하는 능력이 좋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아이에게도 많은 학원은 공부의 적이다. 공부는 개념을 배우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이 공부의 전략이고 그 전략을 잘 발달시켜야만 공부를 잘한다. 학원만 다녔지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방식으로 공부한 아이는 그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많이 넣어주면 아이가 전부 이해하고 똑똑해질 것 같지만, 실제론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없어서 상급 학교로 갈수록 힘들어진다. 유치원 시기는 본격적으로 뭔가를 가르치기에는 너무 어린 반면에 초등학생은 한번 해볼 만한 때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꾸만 더 많이 가르치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시기야말로 학원 수를 줄이고 과감하게 아이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학원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도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학원에 보내지 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가능하다면 공부와 관련된 학원은 하루 하나, 취미로 가는 학원 역시 하루에 하나 정도만 보냈으면 한다. 더 필요하거나 배우고 싶을 때는 방학 기간을 이용하면 좋겠다. 단, 아이에게 취미와 관련해서는 아이가 다니기 싫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말을 꼭 해줬으면 한다. 다른 것에 관심이 생기면 바꿀 수도 있고, 많은 것을 경험해 봐도 좋다고 일러준다.
초등학생은 학교와 학원 숙제 등 하루 한 시간 정도 공부하면 적당하다. 나머지 시간에는 만화책이나 동화책도 보고 뒹굴거리면서 놀기도 해야 한다. 무료한 시간도 보내고, 방도 정리하고, 그렇게 편하게 지냈으면 한다. 그래야 공부할 것이 많아지는 중고교 때 버틸 힘도 생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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