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연금과 은퇴연령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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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25 17:38 수정2025.05.25 17:38 지면A35

[천자칼럼] 연금과 은퇴연령 갈등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은 공격적인 투자로 자산을 불려서 30~40대에 조기 은퇴하려는 사람을 일컫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했고 국내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생겨났다. 하지만 평균적인 직장인에게 조기 은퇴는 너무나 멀리 있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국회도서관이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토대로 내놓은 ‘데이터로 보는 고령자 고용’에 따르면 호주의 표준은퇴연령은 66.5세, 미국과 영국은 66세, 독일은 65.8세, 일본과 캐나다는 65세다. 한국의 표준은퇴연령은 62세로 선진국보다 낮다. 표준은퇴연령은 22세부터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을 기준으로 제한 없이 완전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나이를 뜻한다. ‘조기 퇴직 후 편안한 노후 생활’은 선진국 직장인에게도 그림의 떡이라는 의미다. 각국 정부가 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수급자에게 더 일하도록 하면서 지급 시점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년이 없는 미국의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정규 수령 연령은 1960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 67세다. 62세부터 조기 수령할 수 있지만 연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되도록 은퇴를 늦추려고 한다. 1957~1960년생 62세, 1961~1964년생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 65세인 한국에 비해 연금 수령 연령이 높다. 한국에서는 각각의 기준 연령보다 5년 먼저 6% 감액된 조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복지 원조’로 불리는 덴마크가 연금 수령 연령 조정 때문에 시끄럽다. 덴마크 의회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은퇴 연령을 현행 67세에서 2030년 68세, 2040년 70세로 높이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노동조합 등이 “언제까지 일만 하라는 거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 세대에 적절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선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계속고용과 연금개혁이 발등의 불인 우리로서도 남의 일로 치부하기 어렵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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