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원재]피싱, 코인, 도박으로 배 불리는 MZ 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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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검거된 조폭 10명 중 7명은 30대 이하였다. 국내 폭력 조직의 중심이 ‘MZ조폭’으로 세대교체된 것이다. 서울 서남권에서 1983년 설립된 ‘진성파’ 역시 10년 전 창립 멤버들이 은퇴한 후 조직 상층부가 1980년대생으로 대거 교체됐다. 이들은 유흥주점에서 보호비를 갈취하거나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는 대신 불법 도박 사이트와 보이스피싱, 코인을 이용한 자금 세탁을 시작했다. 이후 막대한 돈을 벌었는데 그만큼 피해자도 늘었다.

▷경찰이 17일 일망타진을 선언하며 밝힌 진성파의 운영 방식은 조폭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잘 보여준다. 전통적인 합숙소를 운영하며 조직원을 관리했지만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를 저지를 때는 4∼6명의 프로젝트팀을 별도로 가동했다. 검경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 태국, 베트남으로 활동 반경도 넓혔다. 강령에는 ‘선배의 말을 안 따르면 빠따(매)를 맞는다’ 등 고전적 내용도 있었지만 ‘사업(범죄) 관련 대화를 나눈 후에는 텔레그램 자동 삭제 기능을 활용한다’ 등 스마트폰 보안 관련 내용도 있었다.

▷최근 조폭들이 온라인을 활용한 사행성 사업과 사기 범죄에 집중하는 건 ‘저위험 고수익’이기 때문이다. 흉기를 들고 싸우지 않으니 다치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일이 없다. 서버를 해외에 두고 익명 메신저로 소통하기 때문에 붙잡힐 위험도 적다. 불법 도박 사이트는 1000만 원이면 만들 수 있는데 불법 도박 시장 규모는 연간 82조 원에 달한다. 이처럼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 감소세였던 조폭 수는 다시 늘고 있다. 경찰이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조폭은 지난해 5662명으로 5년 만에 451명 증가했다.

▷MZ조폭의 특징은 거리낌 없이 자신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2년 전 약에 취한 채 보행자를 치어 사망케 한 20대 남성은 불법 도박 사이트 및 리딩방 운영에 관여하며 5억 원 넘는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았다. 같은 해 주차 시비를 벌이다 흉기로 시민을 위협한 이른바 ‘람보르기니남’은 캄보디아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에 가담했다. SNS를 통해 고가의 시계와 문신, 외제차 등을 과시하며 조직원을 모으는 경우도 많다.

▷2015년부터 사업 구조를 온라인 지하경제 기반으로 바꾼 진성파는 지난해에야 경찰의 본격 수사 대상이 됐다. 불법 스포츠 토토, 리딩방 사기 같은 범죄가 기존 수사 당국의 레이더에는 잘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다. 검경은 롤스로이스남과 람보르기니남 사건 이후에야 ‘온몸에 문신을 하고 고가의 외제차를 모는 청년들’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해 ‘MZ조폭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막기에 너무 늦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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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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