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에 넣어 씹어 먹기 좋을 만큼 가지런해서 슬프다
가을볕이 살점 위에 감미료를 편편 뿌리고 있다
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버리고이레 만에 외할머니는 꼬들꼬들해졌다
그해 가을 나는 외갓집 고방에서 귀뚜라미가 되어 글썽글썽 울었다
-안도현(1961∼ )날씨는 힘이 세다. 그것은 사람의 기분과 행동, 생각을 결정할 수 있다. 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날씨 하나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참으로 좋다. 하늘 아래 살면 응당 그래야 맞다. 날씨에 따라 마음의 춤을 추고 때론 마음의 울음을 우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장마가 오면 할 수 없는 일. 꼭 가을이 되어야만 잘할 수 있는 일. 그건 바로 무말랭이 말리기다. 여름 지나 가을에 펼쳐 내야지 생각하고 간직했던 시를 미리 소개한다. 습기와 싸워야 하는 지금 읽기에는 가장 부적절한 시. 그러나 보송한 햇살이 그리운 마음이 향하기에는 가장 적절한 시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유년은 외할머니에게 기대어 있다. 그녀는 나이 들어 쪼글쪼글해졌는데 이것은 꼭 그녀가 말리던 무말랭이와도 같다. 질기고 씁쓸하고 씹다 보면 단물도 나오는 이 무말랭이를 먹을 때면 항상 외할머니가 생각나겠다. 이것은 그녀의 살점이요 사랑이요 추억이니 말이다. 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고작 무말랭이 하나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참으로 좋다. 사랑 아래 살면 응당 그래야 맞다. 추억에 따라 마음의 춤을 추고 때론 마음의 울음을 우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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