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조준모]‘돌잔치 때 가장 행복했다’는 청년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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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창업도 힘든 청년의 자조 섞인 말들
푸념 아닌 국가 지속 가능성 위협하는 위기
‘기업-인턴-창업’ 삼각편대로 돌파할 필요
청년 경험이 ‘경로’ 될 때 사회 역동성 생겨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들이 취업과 창업의 이중고 속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최근 통계는 그 위기의 깊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올해 1분기 30세 미만 청년 사업자 수는 월평균 35만467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만6247명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7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이다. 창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자본과 인프라,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창업은 점점 더 높은 벽이 되고 있다. 게다가 초기 창업을 시도한 이들 중 상당수는 사업화 이전 단계에서 좌절하고 있으며, 기술 기반 창업의 경우 초기 시장 진입 장벽이 더욱 높은 실정이다. 창업 생태계 전반이 중장년층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청년 창업은 기술과 패기만으로는 돌파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청년 취업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2022년 11월 이후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1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해 5월 기준 청년 고용률은 46.2%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많은 청년들이 자발적 도전을 택해 창업에 나서지만, 이는 곧 실패로 이어지기 일쑤다. 결국 이들은 ‘그냥 쉰다’는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여기에 청년층 내 사회적 우울감이 겹치며 “돌잔치 때가 인생의 정점이었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번지고 있다.

단순한 세대의 푸념이 아니다. 청년의 좌절이 구조화될 경우 이는 국가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흔드는 중대한 위기다. 청년이 무너지면 결국 사회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한 노동력 제공자가 아닌 향후 수십 년간 국가의 생산성과 혁신을 책임질 중핵 인재들이다. 이들이 노동시장과 경제활동에서 배제되면 잠재성장률 하락, 출산율 감소, 소비 위축 등 연쇄적인 사회적 파장이 발생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은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 중심에는 청년의 소외가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를 단기적 경기 흐름의 반영으로만 해석하며 구조적 해법을 미뤄 왔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대응이 늦어지면 청년층의 사회적 단절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일시적인 경기 변수나 고용지표의 등락으로만 봐선 안 된다. 고용과 창업을 별개의 정책 축으로 다루는 것도 한계에 봉착했다. 청년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 생태계는 취업과 창업, 그리고 기업의 인력 양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른바 ‘기-인-창’ 삼각편대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는 ‘기업-인턴십-창업’이 서로 연결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자는 제안이다.

먼저, 기업은 청년에게 전환형 또는 체험형 인턴십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 단순 사무보조가 아닌, 실제 업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청년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실질적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인턴 경험은 단기 스펙 쌓기가 아닌 실질적 경력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그에 따른 보상도 있어야 한다.

인턴 경험을 기반으로 한 역량의 객관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업종별 블록체인 기반 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면 청년이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정보가 신뢰 가능한 방식으로 기록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스펙이 아닌 역량 중심의 채용이 가능해진다. 청년은 자신의 경력을 설명하기 쉬워지고, 기업은 자신에게 맞는 인재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청년과 기업 모두에 실질적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창업은 이 모든 경험의 연장선에 있어야 한다. 단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기업 현장 경험과 실질적 문제 해결을 바탕으로 한 창업은 실패 가능성을 줄인다. 정부는 청년 창업자에게 단순 자금 지원이 아닌 인턴 경험 기반의 창업 경로를 제도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해 줘야 한다. 예컨대, 인턴 경험이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창업 지원 대상 우선 선발, 세제 혜택 제공, 연구개발(R&D) 매칭 확대 등의 지원이 가능하다. ‘기-인-창’ 삼각편대를 지역과 업종 단위로 구성해 지역경제와 지역 일자리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

청년이 절망하지 않는 사회,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지속 가능성을 갖는다. ‘기-인-창’ 삼각편대 전략은 바로 그런 기반을 구축하는 시작점이다. 청년의 경험이 하나의 경로로 이어지고, 그 경로가 다시 사회 전체에 역동성을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자. 더 이상 청년의 가능성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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