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요가원에 갔을 때 당황스러웠던 점은 의미도 모르는 동작의 이름을 들으며 엉거주춤 따라 해야 했던 것이다. ‘다운도그’는 엎드린 개 자세 같은 것으로 유추할 수 있었지만 ‘수리야나마스카라 A’는 도대체 무엇인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초보자는 그런 고민을 할 겨를도 없었다. 마지막에는 ‘사바사나’라는 누운 자세를 만났다. 힘든 동작을 여럿 한 뒤라 그저 좋았다. 그렇게 요가를 만났다.
그런데 어쩌다 나에게 요가가 이렇게 중요해졌을까? 나를 구원해 줄 것만 같아서 무조건적으로 요가를 믿었던 시기도 있었고, 생각만큼 날 구원해주지 않는 요가를 미워하기도 했다. 이제 요가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 가끔 절실하게 꼭 쥐게 되는 도구다.
수련의 시작과 끝에는 양손을 모으고 ‘나마스테’라고 인사를 한다. 함축된 의미가 많은 표현이라 간단히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nama(절하다)’와 ‘aste(당신에게)’라는 단어로 이뤄져 있어 ‘당신을 존중합니다’ 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 인도에서는 삶과 생활 모든 곳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요가원에서 내 옆에 앉은 수련자의 몸도 신성이 아닐 수 없다. 숨을 쉬고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 인간 육체라는 작은 생태계.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반응은 몸을 매분 매초 새로워지게 하고 또 사라지게 한다. 조금의 세월에도 몸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호흡이 멈추면 머지않아 썩어 없어지니까. 그런 자각을 하며 처음 보는 상대에게도 ‘나마스테’라고 말하게 된다.실존의 위태로움을 인지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쓸쓸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있기에 겪게 되는 대부분의 저항감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 말고는 달리 달랠 방법이 없는지도 모른다.
김사월 싱어송라이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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