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토머스 라우바흐 리서치 콘퍼런스’가 지난 15~16일 미국 중앙은행(Fed) 주최로 열렸다. 라우바흐 전 Fed 국장의 공로를 기리며 통화정책을 논의하는 이 콘퍼런스는 올해 5년 주기의 ‘통화정책 틀’(프레임워크)을 재점검하는 자리로 큰 관심을 끌었다. 논의 내용은 오는 8월 ‘잭슨홀 미팅’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앞으로 5년 동안 프레임워크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알아보려면 통화정책 목표부터 살펴봐야 한다. Fed는 1913년 설립 이후 ‘물가안정’을 1선 목표로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네트워크산업 부상으로 변화를 겪었다. 고성장-저물가의 신경제 국면은 가만히 있어도 1선 목표를 달성한 듯한 착시 현상을 불렀다. 통화정책 목표와 프레임워크 간 불일치는 결국 2008년 이후 금융위기로 귀결됐다.
착시 현상을 제거하려는 고민은 2012년 물가안정에 더해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추가하는 Fed 100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몰고왔다. 그 후 통화정책 운용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고용 창출 책무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는데 이번엔 종전의 금융 시스템과 시장이 작동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유발 원천이 경기와 같은 총수요 요인이 아니라 공급망 붕괴와 같은 총공급 요인으로 급변한 탓이었다. 이때 도입한 시스템이 ‘유연한 평균 물가목표제(FAIT)’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비상사태 해제 이후 어느덧 2년이 흘렀다. 무너진 금융 시스템과 시장도 어느 정도 복원됐다. 과도기적 도구 성격을 띤 FAIT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를 놓고 자연스럽게 논의할 시점에 이른 셈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이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공급망 유발 인플레이션 환경이다. 금융 시스템과 시장이 작동하는 환경에서 FAIT를 지속하면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따로 노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한다. 작년 9월 이후 정책금리를 1%포인트 내렸는데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포인트 올라간 것이 대표적인 예다.
통화정책 프레임워크를 변경할 때 전제해야 할 것이 ‘수익률 곡선 통제(YCC)’의 도입 여부다.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격차를 ±0.5%포인트로 설정한 경우 상단을 벗어나면 국채를 매입하고 하단 밑으로 떨어지면 국채를 매각해 국채금리 변동폭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양대 책무 중 고용 창출 목표의 대리변수(proxy)인 실업률은 도입 당시 3.5%에서 4%로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다. 실업률 상향 조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물가안정에 간접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남은 하나는 물가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인플레이션 타기팅’이다. 총수요 요인이 물가를 좌우하는 환경에서 설정한 2%는 지금 같은 상황에 적용하기에 너무 낮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건도 무르익는 분위기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제안한 4%대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설립 목표에 고용 창출을 넣을 것인지를 놓고 고민해 온 한국은행도 이제는 통화정책 프레임워크를 재점검할 때가 됐다. YCC 도입, 인플레이션 타기팅 상향 조정 등 이번 콘퍼런스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