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호 당원이라던 국민의힘을 3년10개월 만에 탈당했다. 탈당 이유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라며 김문수 대선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탄핵당한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선 중도층 공략을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절연 요구가 분출했고, 지루한 내부 논란 끝에 나온 뒤늦은 결정이다.
윤 전 대통령 탈당은 당연한 결과다. 그의 극단적 계엄은 우리 정치를 한순간에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려 버렸고, 경제 외교 안보 틀을 뿌리째 흔들었으며, 진영 갈등을 심화시켰다. 이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등 그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조기 대선으로 친정 정당을 위기로 몰아넣었고, 상대 정당에 유리한 정치 구도를 자초했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오롯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마땅하고, 탈당은 최소한의 선택이다.
다른 한편으로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은 퇴행적인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8명의 대통령 가운데 7명이 임기 말 또는 퇴임 후 탈당했거나 제명당했다. 아들 비리, 각종 게이트, 선거 패배 책임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정치적 동지들에게 버림받았다. 지울 수 없는 정치 흑역사다. 유일하게 탈당하지 않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말 인기가 떨어지자 여당에서 연일 반성문을 쓰고, 당정 갈등이 터져 나와 국정 혼선을 불렀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지 40년이 다 돼 가는데, 제도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정치 후진성은 여전하다.
국민의힘도 반성해야 한다. 계파 갈등에 정신이 팔려 내부 지도자 한 명 키우지 못하다가 외부에서 차출한 인물이 4년도 안 돼 탈당하는 얕은 정치 풍토를 만든 책임이 크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를 계기로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탄핵의 강을 건너 보수 정당에 걸맞은 비전과 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