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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항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할 수 있다. 이 중 검찰의 항소는 국가 형벌권의 보완 장치다. 잘못된 사실인정이나 법리적용, 상식에 어긋나는 형을 바로잡기 위해 부여된 권한이다. 하지만 그 권한은 정의가 되기도 하지만, 오·남용될 우려도 적지 않다. 형사재판 항소심의 전체 파기율은 40% 안팎이고, 검사가 단독으로 항소해 형량이 증가하는 경우는 약 22% 수준이다. 이는 검찰의 기계적 항소 관행을 비판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재판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를 둘러싸고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1심에선 일부 무죄가 선고됐고, 추징액은 7천8백억 원 요구 중 473억 원으로 줄었다. 서울중앙지검과 공판팀은 항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 수뇌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선 검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사장 18명, 지청장 8명, 수사팀 검사들은 줄줄이 입장문을 올렸다. 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돼 항소할 이유가 없다"며 '성공한 재판'이라 했다. 여야는 즉각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여당은 '항소 자제'로 평가한 반면, 야당은 '면죄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우선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른 범죄수익 환수다. 항소가 없으면 1심에서 인정된 추징금이 상한선이다. 대장동 5인방 중 남욱과 정영학에 대해선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고, 김만배도 당초 추징 요구액의 10분의 1만 남는다. 이에 수사팀은 "천문학적 부당이익이 그대로 남았다"고 주장했고, 일부 검사들은 "검찰의 존재 이유가 흔들린다"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항소 기준상 법리·양형에 문제없다"며 일선 검사들의 비판을 '정치적 반발'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쟁점은 '항소 포기냐, 항소 자제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검사들이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거나, 무죄가 나와도 책임을 면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항소 포기는 대통령의 이러한 문제 제기 이후 첫 주요 사례다. 검찰이 항소 자제를 결정했다면, 그 적용 기준을 명확히 밝혔어야 했다. 수천억 원대 부패·비리 사건에서 적용 기준을 밝히지 않아 갖가지 억측을 낳고 있다. '선별적 자제'는 정치적 선택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소는 국가가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지의 신호다. 그 의지가 희석되면 검찰의 법리적 정당성은 설 자리를 잃는다.
검찰은 현재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항소 포기가 법리적 판단에 의한 것인지,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인지 국민은 알 길이 없다. 법무부는 "합리적 결정"이라 밝혔지만, 일선 검찰은 "비겁한 후퇴"라고 했다. 항소를 자제할 수도, 포기할 수도 있다. 문제는 왜, 어떤 기준에서 결정을 내렸느냐에 있다. 이번 사태는 검찰청 폐지가 예고된 시점에서 여전히 검찰이 '정치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씁쓸하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1월10일 15시29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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