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출발은 디펜스테크와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 1950~60년대 초 실리콘밸리는 국방용 전자 부품과 통신장비 개발 중심지였다. 인터넷, 반도체, 정밀항법 시스템 등이 군용으로 개발돼 대학, 기업 등 민간으로 퍼지면서 미국은 1990년대까지 글로벌 첨단 제조업을 이끌었다. 실드AI, 어플라이드인튜이션 등 방위산업 스타트업의 부상은 한동안 국가 안보와 멀어졌던 실리콘밸리가 다시 군수 기술 생태계의 정점으로 올라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2018~2019년까지만 해도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선 방산 혐오가 팽배했다. 일부 직원이 군용 제품 개발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런 관계를 바꾼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과의 신(新)냉전 구도다. 미국의 첨단 기술력을 바짝 따라붙은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국방부는 테크기업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자성론이 제기됐다. 알렉스 카프 팰런티어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인공지능(AI)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이 지정학적 혼란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디펜스테크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6월 25억달러(약 3조5800억원)를 조달하는 등 기업가치 305억달러를 평가받은 안두릴인더스트리즈가 대표적이다. 현지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안두릴이 2년 내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하는 크라토스, 무인기 제조업체 스카이디오, 안티드론 등에 사용되는 전자기파 장비를 개발하는 에피루스 등도 주요 방산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미 국방부는 이 같은 민간의 첨단 기술을 흡수하기 위해 2015년 국방혁신단(DIU)을 창설하고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본거지를 뒀다. 테크기업들도 군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메타, 오픈AI, 팰런티어, 싱킹머신스랩 등 4개 기업의 임원이 지난 6월 군복을 입고 미국 방어를 선서한 것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샌디에이고·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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