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안전"…기술로 반대 여론 잠재운 美 로보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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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전기차로 만든 웨이모 자율주행차가 올해 9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내에서 운행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재규어 전기차로 만든 웨이모 자율주행차가 올해 9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내에서 운행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오전 10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있는 모스코니센터 앞 사거리. 10분 동안 루프(차량 상단)에 고깔 모양의 회전 카메라를 단 로보택시 웨이모가 32대 지나갔다.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당국에 따르면 지난 5월 캘리포니아 웨이모 유료 운행 횟수는 총 87만6000건. 지난해(14만4000건)보다 6배로 늘었다. 주 내 샌프란시스코 운행 비중은 4분의 3가량으로, 하루에 2만 명 넘게 웨이모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파벳의 자회사 웨이모가 운영하는 로보택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도시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 24대의 센서로 주변 360도 확인

재규어 전기차로 만든 웨이모 자율주행차가 올해 9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내에서 운행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재규어 전기차로 만든 웨이모 자율주행차가 올해 9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내에서 운행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출시 초기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반대 시위자들이 웨이모 운행을 방해하기 위해 보닛 위에 러버콘을 얹어놔 여러 대가 거리에 멈춰 서기도 했고, 성난 시위대들이 웨이모를 파손하거나 불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웨이모를 직접 타본 시민이 늘어나며 여론은 바뀌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업체 SF그로에 따르면 2023년 9월 조사 결과 자율주행에 반대하는 샌프란시스코 주민은 51%에 달했으나 지난 7월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29%로 줄었다.

찬성 측은 ‘사람보다 안전하다’(30%)는 점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웨이모가 5월 공개한 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차량 대비 웨이모 로보택시가 보행자와 충돌할 확률은 92% 적었다. 오토바이(-82%), 자전거(-82%) 등과 사고를 낼 확률도 낮다.

웨이모 관계자는 “안전성은 하드웨어를 통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5세대 웨이모 로보택시는 카메라 14대, 레이더 6대, 라이다 4대 등 총 24대의 센서로 차량 주변을 확인한다. 시야가 전방으로 제한되는 운전자와 달리 웨이모 로보택시는 주변 360도를 관찰할 수 있고 안개와 폭우 등에서도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테슬라가 카메라 8대(모델3 기준)만을 이용해 완전자율주행(FSD)을 시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 텍사스주 오스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운행 중인 웨이모는 내년부터 뉴욕시, 워싱턴DC,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로도 진출한다.

◇ 한·미 자율차 운명 가른 규제

로보택시 확산의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혁신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문화다. 샌프란시스코는 2021년 말 안전요원을 태운 웨이모 시범 운행을 허가했으며, 2023년 8월 로보택시 상용 서비스를 인가했다.

반대 목소리에도 샌프란시스코가 웨이모 운행을 허가한 것은 ‘시민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제도권 안으로 편입한다’는 혁신 DNA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택시 단체들은 ‘무허가 영업’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3년 뒤 캘리포니아주는 교통망기업(TNC)이라는 면허제도를 만들어 우버 등 승차 공유기업을 제도권에 편입시켰다.

이는 한국 국회가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승차 공유기업인 타다 서비스를 중단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타다는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업으로 발전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한국은행은 9월 보고서에서 “전통 택시산업 보호에 초점을 둔 각종 규제로 인해 시장이 기술 발전이나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새로운 택시 서비스 출시가 지체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1년 정도이던 미국과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격차는 현재 3년 정도로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한국은 서울 상암, 청계천, 강남구 일대에 제한적으로 자율주행 로보셔틀을 운행하고 있다. 완전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인가받은 기업은 하나도 없다. 모빌리티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개를 받아 왔지만 피지컬 AI(인공지능)의 중요 산업인 자율주행에선 쓰지도 못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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