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무기 두뇌' 노리는 美 실드AI…"우크라 전장서 실전 능력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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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국내 언론 최초로 방문한 실드AI 본사. 성조기가 걸려 있는 입구에 들어서자 복도 벽면에 새겨진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장병들을 자랑스럽게 만들자’. 여느 스타트업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로비에는 수직 이착륙기 ‘V-BAT’ 기체가 전시돼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130회 이상 출격 경험을 쌓은 실드AI의 대표 무인기다.

사무실로 이동하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후드티에 반바지를 입은 직원들이 모니터에 빼곡히 적힌 코드를 두고 씨름하고 있었다. 일부는 칸막이 없는 공간에 모여 앉아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톰 샤퍼 실드AI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실드AI는 가벼운 조직을 꾸려 빠르게 기술을 채택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문화를 가진 방위산업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후드티 입고 코딩하는 방산기업

'자율무기 두뇌' 노리는 美 실드AI…"우크라 전장서 실전 능력 증명"

수십 년간 미국 방산 생태계의 최정점에는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 보잉 등 대형 기업이 군림했다. B-2 스텔스 폭격기, F-35 전투기 등 이름만으로도 적들에게 공포를 주는 무기가 이들 손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러-우 전쟁은 막강한 화력을 갖춘 전함·전차 등 대형 무기가 정교한 드론 공격에 속절없이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전쟁의 축이 작고 빠른 드론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를 가능케 하는 인공지능(AI)과 자율무기체계 기술이 각국의 최우선 개발 과제로 떠올랐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최적화된 실리콘밸리식 방산 스타트업이 국방 혁신의 전면에 등장한 이유다.

쇼생크 고엘
제품 담당 부사장

쇼생크 고엘 제품 담당 부사장

자율무기체계가 중요해진 것은 현대전이 ‘초고속’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자율무기가 공격 목표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속도는 인간 조종사를 빠르게 넘어서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 무기체계로 꼽히며 ‘벌떼 드론’으로 불리는 군집 드론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자율적 판단에 따라 초 단위로 결정을 내리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샤퍼 부사장은 “현대전은 자율무기와 또 다른 자율무기가 협력하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드AI는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과 함께 전투기 자율비행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7월에는 RTX(옛 레이시온테크놀로지)의 무기에 하이브마인드 운영체제(OS)를 적용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국 최대 군함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스와는 무인 잠수정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쇼생크 고엘 실드AI 제품 담당 부사장은 “자동차산업이 5년 전에 경험한 소프트웨어 전환이 현재 방산업계에서 한창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톰 샤퍼 
엔지니어링 부사장

톰 샤퍼 엔지니어링 부사장

지난해 8월 록히드마틴에서 실드AI로 이직한 샤퍼 부사장은 최근 미국 방산업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25년간 세계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에서 근무했다. 록히드마틴 수석소프트웨어엔지니어와 기술 고문을 지낸 그는 상장도 하지 않은 스타트업 실드AI로 이직한 이유에 대해 “록히드마틴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록히드마틴이 전투기, 헬기, 미사일을 아우르는 방산업계의 백화점이라면 실드AI는 자율무기 개발에 집중하는 전문점이다. 직원 1000여 명 중 300명이 소프트웨어엔지니어다. 그중 약 240명이 하이버마인드를 중점 연구하고 있다.

“자율무기 몇 달 내 비행 테스트”

그렇다고 실드AI가 기존 방산업계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샤퍼 부사장은 “실드AI는 자율무기 개발에 특화돼 있어 기존 방산 기업의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OS 시장을 석권한 구글 안드로이드가 실드AI의 롤모델이다. 고엘 부사장은 “고객들은 하이브마인드나 자율무기체계에 관한 지식 없이도 몇 달 내에 비행 테스트를 할 수 있다”며 “42㎞ 길이 마라톤을 하는데 33㎞부터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자신했다.

실드AI는 미국에서 실전 무기 운용 경험을 쌓고 있는 몇 안 되는 디펜스테크 기업이다. 실드AI 하이브마인드를 적용한 V-BAT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정보수집·감시·정찰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실드AI가 실전에서 터득한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통신이 차단된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와 위성항법장치(GPS) 등이 끊길 경우 대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드AI가 찾은 방법은 라디오 통신과 카메라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이 멈춰도 눈과 귀로 길을 찾는 것과 같다.

실드AI는 육해공 전 영역에서 자율무기체계가 협동 작전을 펼치는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고엘 부사장은 “현재 공중 분야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를 육·해상 무기와 조화시킬 수 있는 ‘협업형 이종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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