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개최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인민해방군 1만2000명은 눈을 부릅뜬 채 관절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쳐드는 행진인 정부(正步)를 선보였다. 서방에서 ‘거위걸음’이라고 비꼬는 이 행진법은 중국, 북한, 옛 소련이 군대의 위용을 드러내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수단이자 서방 최첨단 전력에 대항하는 인해전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정부를 보던 서방 군사 관계자들은 중국이 최첨단 무기 500여 대를 차례로 등장시키자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의 전력이 단순히 인해전술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강 인공지능(AI) 경쟁력을 과시해서다.
열병식의 진짜 주인공 ‘GJ-11’
중국은 열병식을 통해 ‘핵 3축’의 완성을 과시했다. 사거리가 1만3000㎞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61, 사거리 1만1000㎞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JL-3, 전략폭격기 JL-1 등 육해공 전 영역에서 핵 억지력을 구축했음을 공표했다. 이날 군사 전문가들이 주목한 건 전장에서 타격을 주는 AI 기반 스텔스 무인 전투기(UCAV) GJ(攻擊·궁지)-11의 등장이었다.
한자 그대로 ‘공격하다’라는 뜻을 가진 GJ-11은 리젠(利劍·날카로운 검)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GJ-11이 개발된 건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양항공공업이 스텔스 드론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현재 제조사는 훙두항공공업이다. 두 회사 모두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항공공업그룹의 자회사다.
프로토타입은 2013년 말 첫 비행에 성공했다.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개념 형태로 공개됐다. 꼬리가 없는 가오리 형태의 스텔스 설계가 특징인 GJ-11은 길이 10m, 날개폭 14m의 무인전투기로 최대 이륙중량은 10t이다. GJ-11은 아음속(마하 1 미만 속도) 비행 기준으로 6시간 동안 1500㎞ 반경에서 순항미사일, 대레이더미사일, 정밀유도폭탄 등 최대 2t을 무장한 채 AI 기반 작전이 가능하다. GJ-11이 중국 연안에서 출격하면 한반도와 일본 규슈,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잇는 제1도련선 전역을 작전반경으로 두게 된다.
이 기체를 항모에 탑재하면 작전반경은 제1도련선 범위를 훌쩍 넘어 미국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중국 관영 매체 CCTV는 중국군이 GJ-11 및 J-20 스텔스 전투기가 함께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윙맨(wingman)’ 연구를 시작했다며 AI를 활용해 J-20 전투기와 GJ-11이 함께 비행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CCTV는 J-20 조종사 2명 중 뒷자리에 앉은 조종사가 GJ-11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도했다.
알고리즘 주권 확보
전문가들은 GJ-11에 딥시크가 적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글로벌 보안기업 인식트그룹은 지난 6월 ‘AI의 눈: 중국 군사 정보 분야의 생성형 AI 활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군 조달 기록을 보면 딥시크가 150차례 이상 언급됐다”며 “2월 딥시크가 등장한 후 3~5월 기록이 집중됐다”고 밝혔다. 시안공대 연구진은 5월 공개한 연구에서 딥시크 기반 시스템이 4만8000초(약 13시간) 걸리던 전장 시뮬레이션 분석을 48초 만에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딥시크 베이징지사 인근에 있는 베이징항공우주대는 저고도·저속·소형(LSS) 위협 대응용 드론 군집 의사결정 시스템에 딥시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군 드론이 인간 개입을 최소화한 채 딥시크로 표적을 인식·추적하는 대형 편대의 작전을 구현하려고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딥시크 전략이 ‘밀리터리 알고리즘 주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AI를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여기겠다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강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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