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안보의 최전선…AI·국방·외교·산업 연계…국제 협력에 미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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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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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 발사를 했다. 미니트맨-3는 핵탄두를 실어 러시아, 중국, 북한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약 1만㎞의 ICBM이다. ICBM을 발사하려면 감시·정찰, 항법 위성 등 우주 자산이 필수적이다. B-2 스피릿 등 스텔스 폭격기, 전략핵잠수함(SSBN)과 더불어 미국의 3대 핵전쟁 자산으로 꼽히는 이 ICBM의 발사와 운용 실무는 미국 전략사령부(STRATCOM)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맡는다.

지정학적 여건상 핵전쟁 수행에서 미국과의 협력 관계가 두터운 캐나다가 미국과 함께 우주군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처음 밝혔다. 필립 라포르튠 주한 캐나다 대사는 한국우주안보학회(회장 이재우 건국대 교수)가 5~7일 연 국제 심포지엄에서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우주 기술을 보유한 캐나다는 NORAD 현대화를 통해 미국과 북미 지역 공동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며 “첨단 우주 기술 투자로 위협 대응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첨단 우주 기술의 최전선 중 하나로 양자(퀀텀) 기술을 꼽았다. 캐나다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한 ‘퀀텀 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대표 양자 기업으로 떠오른 디웨이브퀀텀이 캐나다 기업이다.

그는 캐나다가 2027년 혁신적인 저궤도 위성군 ‘텔레샛 라이트스피드’를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포르튠 대사는 지난달 말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 간 회담 실무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캐나다가 발주한 60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12척 건조 사업을 두고 독일 티센크루프 컨소시엄과 경쟁하고 있다. 라포르튠 대사는 “적대 세력이 캐나다의 우주산업 등에 사이버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첨단 기술 유출에 한국 정부가 경각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왼쪽부터 이상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박장현 한국천문연구원 원장,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이재우 한국우주안보학회 회장, 필립 라포르튠 주한 캐나다 대사, 김창섭 국가정보원 3차장, 자크 플리스 주한 룩셈부르크 대사.  이해성 기자

왼쪽부터 이상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박장현 한국천문연구원 원장,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이재우 한국우주안보학회 회장, 필립 라포르튠 주한 캐나다 대사, 김창섭 국가정보원 3차장, 자크 플리스 주한 룩셈부르크 대사. 이해성 기자

이번 행사엔 첨단기술 유출 수사와 사이버 안보, 우주국방을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3차장이 참석했다. 신분이 외부로 공개될 수 있는 국정원 내 정무직인 국정원 3차장이 국회 출석을 제외하고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역사상 전례 없이 군사적 동맹을 강화하는 북한과 러시아를 의식해 우방국과 글로벌 협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추정된다. 김창섭 국정원 3차장은 이날 라포르튠 대사, 자크 플리스 주한 룩셈부르크 대사와 우주 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차장은 지난 9월 미국과 영국 양국의 우주군 사령부가 위성 기동훈련 공동 수행 등 첫 ‘연합 랑데부’ 훈련을 단행했다고 언급했다. 김 차장은 “우주는 전장에서 공격과 방어를 좌우하는 명실상부한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며 “외교와 산업, 국방이 연계된 복합 전략의 영역으로 국제 협력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 차장은 “방대한 위성 영상을 단 몇 분 안에 분석해 (적국의) 항공기와 선박 종류를 분류하는 시대”라며 “AI를 빼놓고는 우주 안보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차장이 언급한 이 같은 국방 AI 기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곳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팰런티어테크놀로지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 마피아’의 핵심 일원인 피터 틸이 창업한 이 회사는 미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에 AI 솔루션을 납품하고 있다. 김 차장은 “미래에는 AI가 의도적 공격을 탐지하고 전략적 판단을 위한 분석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주 안보에 AI를 접목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탐구해야 한다”고 각계 협조를 당부했다.

역시 국정원 출신인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위성 정보를 북한에 제공해 한반도 평화 공존을 모색하자는 역제안을 내놨다. 김 원장은 “관측위성을 통한 기상정보 공유로 북한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인도적 인프라 구축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우주 자산을 활용한 북한 핵시설 및 군사 시설의 감시 정찰이 소홀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달 초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미국 플로리다주 우주군 기지에서 쏘아 올린 ‘425위성’ 1차 프로젝트의 마지막 위성인 5호기가 북한을 감시하는 군용 위성이다. 425위성 5기의 관측 공백을 보완하는 초소형 위성 약 40기도 곧 우주로 향한다. 군 전용인 425위성과 별도로 북한을 감시 정찰하는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6·7호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이재우 한국우주안보학회장은 “과학기술과 정책, 법제, 산업, 안보를 아우르는 통합 우주 거버넌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제언과 달리 한국 우주 거버넌스는 모래알처럼 흩어진 상태다. 윤석열 정부 시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외청이라는 불리한 위치에서 출범한 우주항공청은 지리적 한계 등으로 인재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영입한 고위직 인사가 석연찮은 이유로 중도 사퇴했다.

국방부 산하 각 군은 우주 자산 선점에 각개약진하고 있어 우주군 전력화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주 방위산업 핵심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고 싶어도 관련 표준이 없고 당국이 외국에서 검증된 부품만 사용하려고 해 어려움이 많다”며 “조속히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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