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에벤스타인 "전문성에 스토리텔링 결합한 K콘텐츠, 세계 플랫폼 방향성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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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에벤스타인 "전문성에 스토리텔링 결합한 K콘텐츠, 세계 플랫폼 방향성 바꿔"

“K콘텐츠가 미국 전역에서 냉동 김밥 품절 사태를 불렀습니다. 틱톡의 글로벌 전략에서 한국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10일 에릭 에벤스타인 틱톡 북미 정책총괄(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세계 플랫폼의 방향성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7년 전 틱톡 초창기 멤버로 합류해 미국 직원이 100명에 불과하던 시절부터 회사 성장 과정을 함께했다.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숏폼) 콘텐츠를 제작·공유하는 플랫폼인 틱톡은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해 전 세계 월간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다.

◇일상이 사회적 현상으로

K콘텐츠의 영향력은 최근 틱톡 트렌드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 한국 크리에이터가 어머니와 미국 대형마트 트레이더조의 냉동 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영상을 올렸는데 며칠 만에 미국 전역에 바이럴되면서 300만 개 이상이 팔렸다. 에벤스타인 총괄은 “전혀 예상치 못한 현상”이라며 “평범한 일상이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된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숏폼 콘텐츠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 중심에서 벗어나 스토리와 메시지를 담아내는 새로운 미디어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의사 크리에이터 ‘닥터호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 의사 면허가 있는 통증의학과 전문의인 그는 한국어와 영어로 의학 지식과 건강 팁, 한·미 문화 차이 등을 소개한다. 에벤스타인 총괄은 “전문성에 개인의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사례”라고 말했다.

에벤스타인 총괄은 “한국의 기업, 문화 트렌드가 플랫폼에서 창의성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크리에이터의 강점으로 ‘진정성’을 꼽았다. 단순히 자극적인 영상이 아니라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에벤스타인 총괄은 “한국 크리에이터들은 카메라나 조명, 필터 같은 도구도 남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다”며 “새로운 활용 방식에 대한 깨달음을 자주 얻는다”고 말했다.

◇AI 접목해 콘텐츠 글로벌화

틱톡은 크리에이터들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창업, 브랜드 협업 등 수익화 전략을 교육하는 ‘크리에이터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월드컵 같은 글로벌 행사에서 활동하는 앰배서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해 인공지능(AI)도 적극 활용한다. 틱톡은 자동 자막과 AI 더빙 기능을 적용해 시청자가 다른 언어 콘텐츠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영상 속 목소리뿐 아니라 입 모양까지 자연스럽게 맞춰주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에벤스타인 총괄은 “창의성은 국경을 넘는 힘을 갖고 있다”며 “콘텐츠만 좋다면 언어가 무엇이든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전망도 구축했다. 최근 숏폼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연령별로 기능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미국에서는 13~15세, 16~17세, 18세 이상 등으로 구분해 이용 범위가 제한된다. 16세 미만 사용자에게는 다이렉트 메시지(DM) 기능이 비활성화되는 식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용 습관을 정할 수 있는 ‘세이프티셰어링’ 기능도 있다. 에벤스타인 총괄은 “10대인 딸과 논의해 사용 제한을 어디까지 둘지 결정한다”며 “숙제가 많은 날에는 하루 1시간만 사용하도록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틱톡은 푸른나무재단, 탁틴내일 등 청소년 전문 비영리기구(NGO)와 협력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콘텐츠 심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틱톡이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틱톡숍’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확장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상품 홍보와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한국 내 서비스는 아직 제공되지 않지만 조만간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의 뷰티 및 식품 브랜드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 및 기관과 협력해 디지털 수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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