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96] 권력자가 새겨야 할 한자 ‘執(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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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조란 것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자유당 말기 권세에 순응하는 세태를 비판한 조지훈의 1960년 명수필 ‘지조론’의 첫 대목이다. 여기서 다소 생소한 단어인 ‘확집(確執)’은 자신의 주장이나 뜻을 굳게 지켜 양보하거나 물러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집의 고풍스러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執’은 흥미로운 한자다. 본래의 뜻은 잡다(hold), 붙잡다(grab)이지만, 앞뒤에 어떤 글자가 오느냐에 따라 심오한 뜻으로 탈바꿈한다. 그중에는 권력자의 지위·처신과 관련된 말이 많다. 우선 권력을 잡는 것을 집권(執權)이라고 한다. 집권을 하면 정사를 맡아보게 된다. 이를 집무(執務)라고 한다. 권력자가 집무를 하여 의사 결정을 내리면 집행(執行)이 이루어진다. 권력자의 의지는 집행으로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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