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AI 배우’ 틸리 노우드… 혁신일까 초상권 침해일까

1 week ago 7

‘차세대 스칼릿 조핸슨 혹은 내털리 포트먼.’

최근 한 기업이 배우를 홍보하며 내세운 문구입니다. 그러나 이 배우는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닙니다. 틸리 노우드(사진),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배우입니다.

틸리는 영국의 한 AI 스튜디오가 만든 디지털 아바타입니다. 방대한 기존 배우들의 사진 및 영상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말 그대로 ‘코드로 빚어진 배우’입니다. 데뷔작도 있습니다. 시나리오부터 영상 편집까지 AI 프로그램과 AI 제작 도구를 활용해 완성된 ‘AI 커미셔너(AI Commissioner)’라는 작품입니다. 제작진은 “AI 배우 덕분에 촬영비를 최대 90%까지 절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9월 스위스 취리히 영화제 서밋에서 틸리가 공식 공개되자 단박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몇몇 에이전시는 실제 계약을 검토했고,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틸리 화보와 짧은 영상들은 팔로어 수만 명을 끌어모았습니다.

미국 배우노조는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공식 성명을 통해 “틸리의 연기는 수많은 실제 배우들의 연기 데이터를 무단 학습한 결과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동의나 허가가 없었기 때문에 명백한 인권 침해라는 주장입니다. 다른 배우들도 “AI가 인간의 노동과 예술의 고유한 감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틸리는 기술적 실험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작비 절감, 피로를 느끼지 않는 24시간 촬영 배우, 무한 복제 가능한 캐릭터는 영화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 배우의 초상권과 노동권 보호라는 숙제도 남겼습니다.

배우의 연기뿐 아니라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모든 예술의 근본에는 창작자의 ‘인간성’이 있습니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해 오래전 죽은 제임스 딘이 다시 주연으로 등장하는 ‘새 영화’가 단 며칠 만에 만들어진다면 그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AI 발전으로 우리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마주했습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