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좋아하는 음악이 담긴 LP판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매월 용돈을 받는 날이면 어김없이 학교 앞 레코드점에 들러 갖고 싶던 LP판들을 살피며 신중하게 한 장을 골랐다.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설레며 지갑을 열고 시간을 쏟았던 그 마음은 경제적 계산이 작용하지 않는, 순수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팬심은 단순한 감정의 소비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제 팬들은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제작에 참여하거나 시장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이를 통해 아티스트의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고 싶어 한다. 단순 소비를 넘어 능동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가치 소비를 원하는 시대, 그 속에서 뮤직카우가 탄생했다.
뮤직카우는 일반인도 음악 저작권에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문화와 금융을 융합해 팬심을 ‘자산’으로 진화시켰다. 과거 아티스트나 일부 투자자의 전유물이던 음악 저작권 시장에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다. 이제 팬들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저작권료 수익을 함께 누리는 새로운 음악 소비문화를 경험한다. 팬심이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 음악이 지닌 지속 가능한 가치에 ‘투자’하는 행위로 확장된 셈이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개인의 만족에 그치지 않는다. 뮤직카우를 통해 팬들이 형성한 시장은 창작산업의 자본 생태계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창작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시기, 뮤직카우를 통해 약 2000억원의 자금이 음악산업에 공급돼 단비가 돼줬다. 팬들이 소비자이자 투자자, 그리고 시장 참여자로 동시에 존재하는 새로운 문화경제 생태계가 생겼다.
접점이 거의 없던 문화와 금융이라는 두 세계를 융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실물자산 토큰화(RWA), 증권형 토큰(STO), 스테이블코인 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팬심의 자산화 역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유동화가 어려웠던 비정형 자산의 금융 상품화, 시공간의 제약 없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거래 환경 구축이 가능한 디지털금융 생태계 속에선 음악을 넘어 웹툰, 영화, 스포츠 등 감정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문화 자산이 금융 시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K팝 저작권만 모두 금융상품으로 발행돼도 그 시장 규모가 15조~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더 많은 문화 자산이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게 될 때 창출될 경제적 가치와 새로운 콘텐츠의 가능성은 얼마나 클까.
‘감정이 자산으로, 취향이 투자로’ 이어지는 팬심의 진화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그 자체로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의 성장동력인 동시에 금융의 새로운 축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곧 미래를 바꾸는 투자 행위가 되는 시대, 팬심의 자산화는 감성과 자본이 공존하는 새로운 금융의 얼굴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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