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정부가 확고한 의지로 밀어붙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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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09 17:21 수정2025.11.09 17:21 지면A35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발의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급대원이 전화로 응급실에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규정을 없애는 것이 법 개정의 핵심이다. 환자 수용이 어렵다면 의료기관이 이런 사실을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미리 알려야 한다. 구급대원이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를 막겠다는 취지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대형 의료기관엔 2인 1조로 구성된 응급실 전문의가 상시 근무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의 법안은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년 5월부터 시행되는 정부 발의안과 대동소이하다. 정부안은 각 병원 응급실과 119구급대 간 전용 전화를 개설해 응급환자 수용이 가능한지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응급의료 정보통신망을 통해 시설·인력·장비 현황과 환자 수용 능력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사회는 응급실에 환자를 강제로 수용하면 응급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의료사고가 속출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병원의 상황이 여의찮으면 사전 신고를 통해 환자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언제 받을지 모르는 응급실 전화를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 네트워크로 대체하는 것도 해볼 만한 시도다. 대형 병원 응급실에 전담의를 둬야 한다는 것 역시 상식적인 주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시절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정 갈등을 일으켰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 의료 개혁 방안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다. 의사 숫자가 늘어나는 것도 싫고, 근무 여건 악화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들의 태도는 ‘직능 이기주의’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필수의료 인력 증원은 시간이 걸리는 장기 과제다. 하지만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제도 손질만으로도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 정부는 의지를 갖고 응급의료 체계 개편을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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