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그들의 성과 이면에는 냉혹한 원칙이 있다.
“탁월한 동료와 일할 수 없다면, 그 조직은 실패한다.”
이 철학 아래 성과가 낮은 인재는 과감히 내보낸다. 고성과자만으로 조직을 채워 넣는 ‘인재 밀도’(talent density) 전략이다. 맥킨지는 복잡한 직무에서 고성과자 그룹이 평균 수준보다 최대 800%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한국 기업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우리는 고용을 비용이 아니라 관계로 받아들이는 문화다.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해고보다 고용 유지를 택하고, 정부 역시 기업에 고용 창출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잘 자르고 잘 뽑는 전략’보다 ‘처음부터 잘 뽑아 장기간 동반 성장하는 전략’이 더 현실적이다. 단기 효율보다 관계와 신뢰를 중시하는 조직 문화가 뿌리 깊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을 얼마나 오래, 어떻게 함께 성장시키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특히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지금, 인재 밀도는 생존 전략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는 50세 이상 직원 비중이 30세 미만 직원 비중을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인재를 많이 뽑는 것보다 현재 구성원의 밀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일이 더욱 시급해졌다. 인재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세대 간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기업은 더 이상 인력을 많이 뽑지 않는다. 오히려 자동화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고용 총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예전처럼 대기업의 성장이 곧 대량 고용으로 이어지는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용했는가’보다 ‘얼마나 뛰어난 인재와 함께하고 있는가’가 성패를 가른다. 경쟁력의 중심이 규모에서 밀도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롯데형 직무 기반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28개 계열사로 확대하는 이 제도는 채용·평가·육성·보상을 직무 가치와 개인 전문성 중심으로 개편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각 직무가 조직 경쟁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평가하는 ‘직무가치 등급’과 전문성 수준을 진단하는 ‘롯데 성장 단계’다.
롯데에서는 특정 직급에서 일정 기간을 채우지 않아도 평가 기준을 충족하면 상위 성장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직원이 스스로 성장 신청을 하면 전문성 진단을 통해 이동 여부가 결정된다. 시범 도입한 계열사에서는 기존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지만 상위 단계로 이동한 사례가 전체의 20%에 달했다. 성장 단계가 높아지면 보상과 직무 기회도 함께 커진다. 이에 따라 보상 체계도 개편됐다. 직무 가치, 성장 단계, 연간 성과를 종합해 연봉과 성과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직무급제가 아니라 ‘기여 기반 성과 보상제’다. 이 덕분에 젊은 인재 유입이 늘고, 핵심 인력의 장기근속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평가 기준은 모든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돼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역량을 키우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조직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그 사람이 누구냐’다. 인재 밀도가 높은 조직은 일 잘하는 몇 명이 아니라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탁월한 동료들로 구성된 팀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성과뿐 아니라 구성원의 성장 속도도 빠르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수준이 높을수록 배움의 기회와 자극이 커지기 때문이다. 인재의 질이 곧 조직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밀도다. 지금 우리 조직의 인재 밀도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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