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복수, 부채발 총체적 위기….’ 세계에서 국가채무비율이 가장 높은 중국을 향한 우려들이다. 반면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탠트럼 현상이 발생하며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중국 국채 금리는 연 1%대까지 급락했다. 예금금리도 사상 최초로 0%대로 떨어졌다.
일본의 초저금리를 떠올릴 만큼 중국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금융완화를 골자로 한 경기부양 대책 때문이다. ‘부양’이란 성격을 분명히 한 2019년 헝다 사태 이후 중국 정부는 무려 20차례 이상 경기 대책을 발표했다. 규모도 갈수록 커져 작년 9월과 올해 5월에 발표한 대책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헬리콥터 밴’ 식에 버금가는 매머드급이다.
목적도 변질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순수한 경기부양 대책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의 관세정책 대응이라는 목적이 강해졌다. 내수를 적극적으로 살려 트럼프 관세정책에 따른 수출 감소를 보완하겠다는 의도다. 전형적인 상황별 맞춤형 대응인 ‘팃 포 탯’(tip for tat·상대가 가볍게 치면 나도 가볍게 친다) 게임 전략이다.
문제는 경기부양을 시도한 지 6년이 넘었음에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금리가 하락하면 총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해야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금리가 너무 낮아 유동성 함정에 빠져 총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 이때는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지만 ‘국가채무’ 벽에 걸려 이마저 여의치 못하다.
중국처럼 이미 국가채무가 위험 수위를 넘은 여건에서는 특별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구축효과가 발생해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 오히려 경기가 더 침체하고 물가가 더 올라가는 ‘재정 침체’(fiscal stagnation)를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중국 정부는 이를 감안해 국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어 미국과 일본 같은 탠트럼 현상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금융과 실물 경제가 따로 노는 이분법(dichotomy) 경제에서는 돈을 아무리 많이 풀더라도 잘 돌지 않고 잠잔다. 금리가 연 1%대인데 예금에 쌓인 돈만 300조위안, 우리 돈으로 5경8000조원이 넘는다. 제도권에서 이탈해 벽장 속에 감춰진 퇴장 통화까지 합치면 무려 10경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잠자는 돈을 잘 돌게 하기 위해서는 성장 경로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신속히 이행해 지속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고성장을 이끌던 외연적 단계가 한계에 봉착했다. 노동력은 절대인구와 생산가능인구가 동시에 감소하고 있다. 자본도 토빈 q 비율이 1을 넘어 첨단산업을 제외하고는 추가 투입 여건이 못 된다.
내연적 단계는 더 열악하다.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자본생산성은 미국의 30%에도 못 미친다. 부패 심화, 사회간접자본(SOC) 노후 등으로 총요소생산성은 미국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오랫동안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분법 경제는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국 경기와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 경제정책 운용 체제부터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폐쇄경제’에서 ‘개방경제’로 바뀌어야 한다. 구조 개혁으로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을 강화해야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나 잠자는 돈이 돌아갈 수 있다. 그때 중국 경기와 증시가 다시 한번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