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장 국정조사 하겠다는 민주당…삼권분립 부정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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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04 17:45 수정2025.05.04 17:45 지면A23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어제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재명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과 관련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청문회와 국정조사, 특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조 대법원장 탄핵 요구가 나오고 있으나, 이를 추진할 경우 거센 역풍이 우려되자 수위를 다소 조절해 공세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제시한 국정조사, 특검, 청문회 등은 사법 독립을 현저히 침해하는 초법적 발상이다.

우선 국정조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에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은 국정 조사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법원 판결의 유무죄 여부나 양형 판단을 일정한 방향으로 요구하는 것은 국정조사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국정조사 발언은 사법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특검 역시 법리적으로 현실성이 없다. 특별검사제도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 또는 위법 혐의를 발견했을 때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감안해 채택하는 제도다. 죄형법정주의 아래에서 특검 대상이 되려면 구체적인 죄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을 포함해 다수의견을 낸 10명의 대법관에게 무슨 혐의를 적용할 것인가. 민주당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는 직권남용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표현대로 “대법원장이라 하더라도 전원합의체에 들어오는 대법관 중 n분의 1에 불과”한데, 직권남용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지금까지 법원 판결을 이유로 재판장을 특검한 전례는 찾아볼 수 없다. 청문회 또한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김 위원장은 대법관들이 관련 기록도 다 읽지 않은 채 졸속 재판을 했다고 주장하나,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법원은 재판연구관들이 요약 정리한 자료를 기초로 1심과 2심에서 채택한 법률 논리의 정합성을 따지는 곳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뒤 민주당에서는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한 달 뒤에 보자”(김병기 의원), “진짜 개싸움이 시작됐다. 개싸움할 때는 룰 따지는 거 아니다”(김준혁 의원) 등 조폭 언어에서부터 “삼권분립을 없애야 한다”(박진영 민주연구원 전 부원장) 등 극단적 표현까지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이 사법부를 적으로 돌리고, 삼권분립을 부정할수록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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