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의 경선 승리는 당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반탄 기류,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에 대한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른바 ‘당심’에 가장 부합한 후보였던 셈이다. 김 후보는 경선 내내 “자유 대한민국” “자유 통일”이란 말로 ‘자유 우파’ 정체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수락 연설에서 “감사원의 중앙선관위 감시와 사전 투표제도 폐지”를 다짐하는 등 부정선거론자들을 의식한 약속도 내놓았다.
김 후보가 ‘장관들은 일어나 계엄에 사과하라’는 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유일하게 응하지 않으면서 강성우파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것은 맞다. 하지만 김 후보의 자유 우파식 구호나, 부정선거론자들을 염두에 둔 발언들은 ‘거리의 강성우파’ 정서에 더 가깝다. 김 후보가 공식 후보가 된 뒤로도 이런 경로에 머문다면 중도층 민심이 멀어지면서 대선 가도는 순탄치 않을 수 있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출당과 관련해 “생각하거나 논의해 본 적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는 달라진 당내 기류와 거리가 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당을 대표해 나선 TV 연설에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비상계엄에 대해 사죄했고, 친윤 지도부도 수긍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당위론은 물론 그렇지 않고선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현실론을 당 지도부도 인정한 것 아닌가. 김 후보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긴 안철수 의원은 아예 윤 전 대통령 출당을 요구했다. 그런 점에서 “(탄핵으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김 후보의 발언은 국민 다수가 지지한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김 후보는 당장 한 전 대행과의 단일화를 놓고 일전을 겨루게 된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4일 단일화 추진 기구를 설치했다. 경선 중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던 김 후보였지만 지금은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반면 한 전 대행은 단일화 방식을 국민의힘에 일임하는 등 빠른 단일화를 노리고 있다. 김 후보는 이 과정에서 탄핵에 대한 평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놓고 일반 여론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늘 낮은 곳을 바라봤다’고 자임하는 김 후보답게 이젠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계엄의 강’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단일화 승리든 대선 승리든 요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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