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의 시각] 정년 65세와 '2013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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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의 시각] 정년 65세와 '2013년의 교훈'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1차 본위원회가 열렸다. 7개월 전 현행 60세인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연장하겠다며 띄운 태스크포스(TF)를 특위로 격상한 이후 첫 회의였다. 특위 출범에 맞춘 듯 양대 노총은 5일 “65세 정년 연장은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적 요구다. 올해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라”며 국회와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기업 자율이 아니라 법으로 정년을 65세로 강제 연장하는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쉽게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전광석화로 통과되면서 정년 연장 이슈는 숨 고르기 차원에서라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가 했는데, 여당과 노동계가 다시 입법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부지불식간에 이뤄진 노란봉투법 입법을 넋 놓고 지켜본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임금체계 손 안 댔던 정년 60세

2033년까지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겠다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2033년부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현행 63세에서 65세로 상향됨에 따라 현재 60세인 정년 이후 연금을 받기까지 5년간의 소득 공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퇴직 후 소득 공백은 정부가 당연히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그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법이 의도한 대로 부작용 없이 현실에서 작동하느냐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년 연장 이슈는 윤석열 정부 때만 해도 그 이름이 정년 연장이 아닌 ‘계속고용’ 혹은 ‘퇴직 후 재고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 사태를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법정 정년 연장’이라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다행히 미미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의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1차 특위에 참석해 “정년 연장은 고령자 소득 공백을 메우고 연금재정을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방안이지만 청년 고용 위축, 기업 부담 증가 가능성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연내 입법”만 강조하던 민주당 내 공기가 달라진 대목이다. 지난 9월에는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3년마다 1년씩 늘려 2041년에 65세로 연장하는 ‘긴 호흡’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취업규칙 변경 절차도 손봐야

이처럼 민주당도 법정 정년을 늘린다고 해서 부작용 없이 모든 근로자가 65세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13년 아무런 보완 장치 없이 덜컥 정년만 60세로 연장한 입법의 결과가 어땠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중소제조업 현장엔 일할 사람이 없어 정년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상황에서 정년을 늘려놓으면 노동시장 상위 10%의 대기업과 ‘철밥통’ 공공부문 근로자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정년 연장이 가야 할 길이라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기 위해서라도 채비를 든든히 해야 한다. 청년 채용을 위해서라도 임금체계 개편은 반드시 동반돼야 하며, 이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도 필수적이다. 강제 정년 연장이냐, 자율적 재고용이냐를 일도양단하거나 서두를 일도 아니다. 65세 정년 연장이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버티는 ‘월급루팡’을 위한 것이라거나, 정년을 늘려 희망퇴직 위로금만 더 챙겨주자는 취지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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