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스타트업 살려야 혁신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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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스타트업 살려야 혁신도 산다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13일 인류 최대 발사체 ‘스타십’을 쏘아 올렸다. 총길이 123m, 무게 5000t에 달하는 초대형 로켓이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발사 후 숨죽인 1분, 기체가 공기 저항을 가장 크게 받는 ‘맥스큐(Max Q)’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자 스페이스X 직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맥스큐는 공기 밀도와 기체 속도의 상호 작용으로 발사체가 받는 공기역학적 압력(동압·dynamic pressure)이 최대가 되는 시점이다. 이 구간을 통과하지 못하면 어느 로켓도 지구 밖 우주 궤도에 오를 수 없다.

터널에 갇힌 벤처 생태계

지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마치 어둡고 긴 맥스큐 구간에 갇힌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폭발적으로 확산한 벤처 투자 열기가 식고 투자 혹한기가 4년 넘게 지속되면서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한 벤처·스타트업이 줄줄이 생태계에서 고사하고 있다.

벤처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폐업 건수는 2022년 101건에서 지난해 191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선 7월 기준 88건에 달한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팁스(TIPS) 선정 기업 중에서도 올해 27곳이 문을 닫았다. ‘기술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냉혹한 시장의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대다수 스타트업은 외부 투자를 생명줄로 삼는다. 시장이 위축되면 기술 고도화와 스케일업 단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자금이 끊겨 인재가 빠져나가면 혁신은 멈춘다. 떨어진 기업가치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오히려 ‘희망 고문’으로 작용한다. 한 번 무너진 산업생태계는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유망 스타트업의 잇따른 실패는 잠재적인 혁신 좌초로 이어져 국가 전체 산업 생태계에 유무형의 타격을 준다.

기회의 문 다시 열어줘야

로켓이 맥스큐 지점을 통과하면 상층 대기로 진입해 저항이 거의 없는 자유비행을 이어간다. 유망 벤처·스타트업의 한계 돌파구를 만들어주는 게 기술·산업 혁신의 지름길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 모태펀드 출자 규모(1조9997억원) 확대, 딥테크·재도전 펀드 등 혁신자금 추가 투입 등의 정책 방향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모험자본 유입만큼 중요한 건 일부 기업의 도덕적 일탈을 걸러내고, 지원금에 기대 연명하는 좀비 기업을 솎아내는 일이다. 정부 부처 간 보여주기식 실적 경쟁의 장으로 전락한 규제샌드박스의 전면적인 손질도 절실하다.

스타트업은 단순히 새로운 기업이 아니라 파괴적 혁신의 실험실이다. 불과 지난 10년 새 우리 생활에 스며든 금융 혁신, 유통 혁신, 커뮤니케이션 혁신의 시작점은 모두 스타트업이었다. 한계를 뚫은 혁신이 빛을 발하는 순간 상상은 현실이 되고 인간 문명은 진보한다.

오늘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발사대 위에 올라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과 패기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차례차례 맥스큐 구간을 통과해 성공적으로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 데 정책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들의 도전이 한국 경제를 다시 띄울 추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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