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남권 'AI 수도'로 부상하는 해남, 민주당에 '조용한 파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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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06 11:24 수정2025.11.06 11:24

[단독]서남권 'AI 수도'로 부상하는 해남, 민주당에 '조용한 파문' 왜?

서남권 데이터센터가 정치권에 '소리 없는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광주가 삼성과 SK 등 '대형 플레이어'의 외면을 연이어 받으면서다. 해남보다 먼저 'AI 패권의 심장'을 선언하고 나섰던 광주는 해남의 예상치 못한 약진에 진땀을 빼는 모양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SK는 오픈AI와 함께 서남권에 세우기로 했던 AI 데이터센터의 부지 후보를 놓고 해남과 광주 사이에서 막판 조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내부에서는 현재 해남을 최적의 부지로 보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초 지난달 협업 발표 당시 서남권 데이터센터 부지로 광주를 눈여겨봤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삼성에 SK까지 줄줄이 해남으로 눈길

[단독]서남권 'AI 수도'로 부상하는 해남, 민주당에 '조용한 파문' 왜?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최태원 SK 회장은 정재헌 신임 SK텔레콤 사장으로부터 AI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보고를 받았다. 보고 당시 데이터센터 부지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정 신임 사장과 SK텔레콤 임원단은 최 회장에게 해남이 가진 이점에 대해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내부에서 후보를 결정하면 오픈AI와의 협의를 거친 뒤 최종 부지가 선정된다.

업계에선 SK가 사실상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로 최종 부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해남이 광주 대비 가진 이점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는 지난달 삼성SDS가 네이버, 카카오, KT 등과 추진 중인 국가AI컴퓨팅센터의 부지로 선택받았다. 당시 삼성SDS 컨소시엄도 광주와 해남을 두고 마지막까지 부지 고민을 진행하다 최종적으로 해남을 최적의 부지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 컨소시엄의 국가AI컴퓨팅센터에 이어 SK와 오픈AI의 데이터센터가 해남에 지어지면 사실상 국내 대기업의 AI 인프라가 단일 지역에 구축되게 된다. 해남이 새로운 AI 수도로 급부상하는 셈이다.

삼성SDS에 이어 SK가 해남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광주보다 저렴한 비용에 있다. 가장 큰 이점은 부지 매입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파크는 평당 약 50만원선에 책정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광주는 평당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700만원의 부지 비용을 요구했다. 삼성SDS 국가 AI컴퓨팅센터 입찰 당시 강기정 광주시장이 막판 유치를 위해 부지 매입 비용을 200만원대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해남에 비해 약 4배 수준의 가격이다.

해남이 가진 지리적 이점도 기업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냉각에 유리한 기후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력 자립도 측면에서도 해남이 유리하다. 해남을 중심으로 하는 전남 지역의 전력자립도는 197.9%로 광주의 9.3%에 비해 월등히 높다.

광주만 '우리 텃밭'? 민주당 내부서도 '시끌'

[단독]서남권 'AI 수도'로 부상하는 해남, 민주당에 '조용한 파문' 왜?

광주를 'AI 수도'로 밀어붙이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기업들이 해남으로 관심을 돌리자 진땀을 빼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광주 AI 허브 조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광주를 중심으로 한 국가 AI 인프라를 구성하겠다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민주당은 삼성SDS가 해남으로 부지를 잠정적으로 결정하자마자 지속적인 여론전을 펼쳐왔다. 당시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광주 AI 컴퓨팅센터 유치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가AI컴퓨팅센터의 광주 유치 불발에 관한 사안이 도마에 오르기까지 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과 달리 기업들이 입지 선정을 다르게 하고 있다"며 "광주에 대한 무시가 'AI 3강'으로 가는 데 혼선을 유발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광주에 국가AI컴퓨팅센터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한 뒤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지만 삼성SDS가 해남을 선택한 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겸 부총리는 국정감사에서 "민관 협력에 있어 정부가 모든 걸 밀어붙일 수는 없다"며 "공개 입찰을 진행한 AI컴퓨팅센터는 민간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고 밝혔다.

일각선 서남권이라는 지역 자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중심으로 타 지역이 아닌 서남권을 기업에 AI 사업 부지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해남이 가진 신재생에너지로 삼성SDS 컨소시엄과 SK의 오픈AI 데이터센터의 냉각,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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