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세종시에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각세종’의 2·3단계 증설에 나선다.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 개를 확보하면서 ‘팀네이버’의 인공지능(AI) 역량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 각세종, 270㎿ 초대형 AI 허브로
지난달 27일 찾은 각세종은 지하 3층, 지상 3층의 본관과 지하 3층, 지상 2층의 북관(서버관)으로 구성됐다. 북관에는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관제실이 실시간으로 전력 사용량과 서버 상태를 모니터링했고, 내부 온도는 26도로 일정하게 유지됐다. 초고밀도 랙(rack·선반)에 GPU가 집중 배치된 이곳은 ‘아시아 최대 수준의 AI 클러스터’로 네이버 AI 사업의 핵심 거점이다. 각세종은 총 29만4000㎡(약 8만9000평) 부지에 지어진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다. 현재 10만 대 서버와 2240개의 A100 GPU를 운영하고 있다. 최대 33페타플롭스(PF)에 달하는 연산 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를 가동 중이다. 이는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2위급 수준이다.
현재 47㎿ 수준인 수전용량(전력회사로부터 받는 전력량)은 2029년까지 1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2단계 공사는 올해 말 착공해 2027년 완공한다. 3단계 공사는 2029년 마무리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전체 서버 수용 능력은 60만 유닛으로 확대된다. 기존 강원 춘천 데이터센터보다 6.75배 큰 규모다. 최대 전력은 270㎿까지 설계됐다. 랙당 30㎾급 전력 제공이 가능하다. 네트워크 대역폭은 800Gbps(초당 기가비트)까지 지원되도록 구성돼 대규모 AI 모델 학습·추론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네이버 관계자는 “각세종은 내부 AI 워크로드뿐 아니라 공공 프로젝트와 산업별 AI까지 아우를 수 있는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고성능 인프라 확보에는 제도적 한계도 따른다. 네이버는 전력 계통 규제로 수도권이 아닌 세종과 춘천에만 센터를 지을 수 있다. 10㎿ 이상 전력 사용 시설은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같은 규제 장벽은 국가 AI 인프라 확장의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네이버 피지컬 AI 플랫폼 구축 속도
네이버는 AI 인프라 확충에 더해 ‘피지컬 AI’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조선, 에너지, 바이오, 자동차 등 핵심 산업 분야 기업들과 협력해 공정 최적화, 설비 관리, 품질 예측 등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지난 6일 열린 ‘단25(DAN25)’ 콘퍼런스에서 “AI가 제조 현장의 제어와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산업별 특화 모델, 이른바 ‘버티컬 AI’ 생태계 확장을 강조했다.
이런 산업 확장의 기반이 되는 고성능 GPU 인프라도 본격적으로 확보되고 있다. 최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네이버에 차세대 블랙웰 GPU 6만 개를 공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대표는 “GPU 6만 개는 한 해에 들여올 수 있는 물량이 아니다”며 “데이터센터 준비, 전력 확보, 공급 일정 등을 고려해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PU 인프라 확대는 GPU구독형서비스(GPUaaS) 확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GPUaaS는 AI 연산용 GPU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은행 등이 이용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는 세계 GPUaaS 시장이 2030년까지 3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는 이 같은 기술과 운영 경험을 공공 부문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삼성SDS, 삼성전자 등과 함께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도 참여 중이며, AI 인프라를 단순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공공 연계까지 겨냥하고 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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