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인공지능(AI) 도시의 비전은 명확하다. 도시가 데이터와 AI를 통해 자기학습형 유기체로 진화하고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이중의 가치를 동시에 창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비전이 현실의 도시에서 작동하는 순간, 우리는 예상치 못한 난관들과 마주친다.
첫째는 기술적 난제다. 교통, 에너지, 안전, 복지 등 각 기능이 서로 다른 레거시 시스템에서 축적돼 있고, 이것을 통합 플랫폼으로 엮는 것은 도시 전체의 신경 구조를 재배치하는 수술에 가깝다. 둘째는 거버넌스 공백이다. 전통적 도시 운영은 명확한 사일로(Silo) 구조인데, AI 도시는 이 경계를 허물고 통합적 최적화를 지향한다. 누가 이 통합을 주도할 것인가? 데이터 소유권은 누구인가? 이런 질문들에 도시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는 가치 측정의 불확실성이다. KVI(Key Value Indicator)를 설정했어도, 시민 만족도, 에너지 절감, 산업 생산성 향상 같은 지표들은 상호 영향을 미치고, 이런 트레이드오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이 세 가지 난제를 푸는 구체적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일례로 구현의 핵심은 통합 데이터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것이다. 먼저 도시 곳곳의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식으로 수집하고, 서로 다른 출처의 데이터가 '대화'하도록 통합한 후, AI 모델들이 그 위에서 작동한다. 중요한 것은 실행 전에 가상 환경에서 여러 정책 옵션의 파급 효과를 비교 분석하는 '시뮬레이션 기반 의사결정'이다. 특히 복지나 안전처럼 시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인간의 판단과 책임이 개입한다. AI는 대안을 제시하고, 최종 결정은 책임 있는 공직자가 하게 된다.
가치 지표 설정도 실제적 과정이다. 도메인별 기본 가치를 정의한 후 시민 삶의 질, 산업 경쟁력, 환경 지속가능성 같은 항목 간의 '가치 가중치'를 설정한다. 이 가중치는 도시의 상황과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동적으로 조정되는 '반응형 가치 체계'가 된다. 도시가 학습하는 유기체라면, 그 학습의 방향도 시간과 맥락에 따라 재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는 기술 운영 위원회(데이터 품질 관리), 정책 의사결정 위원회(각 부서장의 최종 의사결정), 산업-시민 협의체(영향 평가)의 다층 구조로 작동한다. 이를 실효화하는 세 가지 원칙은 데이터를 시민의 집단 자산으로 보는 것, AI 의사결정을 공개하고 설명하는 것, 정책 효과를 측정해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글로벌 사례들은 이 원칙들의 중요성을 이미 입증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은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한 결과, 교통 혼잡 13% 단축, 에너지 소비 8% 절감이라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초기 5년간 도시 전역 데이터의 70%가 여전히 통합되지 않았던 이유는 기술적 난제가 아니라 조직 간 데이터 공유의 거부감이었고, 결국 데이터 공유를 의무화하는 법적 강제가 필요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다른 선택을 했다. 정책 수립 전 시민 워크숍을 열어 가치를 정의했고 시민 만족도 82%를 달성했다. 대신 의사결정이 느렸다. 민주적 정치와 효율성 사이의 영원한 긴장이 여기에 있다.
한국은 지금 글로벌 사례들의 시행착오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절호의 시점에 있다. 한국의 강점은 기술 역량, 정책 추진력, 산업 생태계이다. 그러나 과제도 명확하다. 도시 부처 간 데이터 공유의 분절성,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활용 사이의 규제 불확실성, 무엇보다 한국이 추구하는 AI 도시의 궁극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 부족 등이다.
결국, AI 도시의 성공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효율성을 우선할 것인가, 시민의 행복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둘을 균형 있게 추구할 것인가. 중요한 통찰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선택의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도시의 AI 시스템은 일단 가동되면, 그것을 바꾸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지금'이 '가치를 정의하는 마지막 기회'다.
AI 도시의 미래는 기술이 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도시를 원하는가라는 근본적 선택이 기술의 방향을 정한다. 비전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것은 더 나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더 나은 거버넌스이고, 더 명확한 가치 정의이며, 그 과정에 시민을 함께하는 민주적 노력이다. 도시는 이미 변하고 있다. 문제는 누가, 어떤 가치로 그 변화를 이끌 것인가하는 것이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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