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허전략으로 완성하는 AI 3대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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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수 한국특허전략개발원장윤병수 한국특허전략개발원장

우리 정부의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와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추진이 그 어느 때보다 인상적이다. 올해 8월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AI를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어 2026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역사상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으로 편성하고, 9월에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중 최대 30조원을 AI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내놓았다.

또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통해 AI G3를 위한 규제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등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들으며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체계를 촘촘하게 설계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큰 규모의 R&D 예산이 AI 원천기술 연구와 응용기술 개발에 투입되면, 새로운 R&D 사업이 추진되고 대규모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면서 선진 연구자들과 혁신 스타트업이 협력하는 장이 마련될 것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국가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 발전 역사를 되돌아볼 때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새롭고 혁신적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연구자들은 항상 '특허'를 가까이해야 한다는 점이다. 챗GPT 출현과 같이 기술이나 산업에 큰 변화가 발생하는 초기 단계는 다수 R&D 주체가 경쟁하며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경쟁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기술이 성숙하고 시장이 안정화되는 시기가 도래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시기에는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기업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막대한 자본을 동원한 인수합병(M&A)이나 기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기술 주도권과 시장 점유율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현상이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이 때 시장을 선점한 기업은 '특허'를 무기로 경쟁사나 후발 주자를 효과적으로 견제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한다. 기술 경쟁의 판도가 '기술 혁신과 R&D 속도'에서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기술 보호와 견제'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 진정한 기술 경쟁력은 단순히 기술개발의 속도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특허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그리고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특허포트폴리오를 얼마나 촘촘하게 구축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AI 산업 역시 이러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예측 가능한 미래의 위협에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AI 3대 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R&D 전 과정에서 반드시 '특허전략'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막대한 예산과 뛰어난 인적 자원이 투입되는 대형 AI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특허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기술 선점 전략과 기술사업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에서 투입한 대규모 R&D 예산이 단순히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 선도와 시장 점유율 상승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또 우리 기업이 해외 경쟁사의 특허소송과 같은 다양한 견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R&D 초기 단계부터 '특허전문가'를 핵심 파트너로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

기술과 특허가 융합하고, 기술전문가와 특허전문가가 밀접하게 협력하는 전략적 접근이야말로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대한민국이 AI 산업에서 지속 가능한 '진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윤병수 한국특허전략개발원장 athen67@kist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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