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강국의 길목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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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주 코어소프트 대표소순주 코어소프트 대표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었다. 검색엔진의 추천, 병원의 진단 보조, 법률 자문, 생성형 AI, 공공기관 시스템, 자율주행차까지 그야말로 AI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AI 글로벌 3대 강국'을 국가적 목표로 내세우며 독자 모델 개발, 컴퓨팅 인프라 확충, AI 인재 양성, 산업 융합 등을 제시하며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해 AI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이 AI 안전과 윤리다. AI는 인간이 기대하는 편리함과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통제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첫째, AI는 인간에게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자율주행차의 오작동, 의료 AI의 오진, 금융 거래 시스템의 오류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 한국은 빠른 상용화를 위해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적 서비스가 국민 생활 속에 곧바로 들어오는 만큼 안전망은 그 두 배 이상 촘촘해야 한다. 따라서 AI 도입, 개발, 운영 등 전단계에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혁신은 결국 시장에서 신뢰를 잃는다.

둘째, AI 윤리는 국제 경쟁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AI법(AI Act)을 제정하며 안전·투명성·책임성을 법제화했다. 미국도 백악관 차원에서 AI 권리장전을 발표했고, 일본은 국제 표준화 기구(ISO) 활동을 통해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AI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현장 적용 체계는 아직 진행 단계에 있다. AI 강국을 향한다는 목표가 단순한 기술 경쟁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국제 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책임 있는 AI 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셋째, AI 윤리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AI 윤리위원회'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윤리와 안전에 무심한 기업은 결국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외면당한다. 국내 기업들도 빠른 상용화와 실적 경쟁에 몰두하는 것을 넘어 윤리적 책임을 기업 전략의 한 축으로 삼아야 한다.

넷째, AI에서 많이 발생하는 편향성과 차별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미 채용, 대출 심사, 범죄 예측 시스템에서 데이터 편향으로 인한 불공정 사례가 해외에서 보고됐다. AI 기반 플랫폼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는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대규모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작동하기 때문에 편향성과 차별 문제가 특히 두드러진다. 그 원인은 데이터 편견, 피드백 루프, 사업적 유인에 기인하고 있다. 만약 AI가 특정 지역, 특정 계층에 불리하게 작동한다면 사회적 불신과 갈등은 증폭될 것이다.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AI는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부메랑이 된다.

마지막으로 교육과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AI는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령층까지 누구나 AI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만큼 윤리와 안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AI 윤리 교과 과정' 도입, 시민 대상 AI 리터러시 교육, 공공토론 활성화 같은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기술은 소수 개발자의 손에서 탄생하지만 그 결과는 전 국민이 함께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AI 기업에서는 자체 'AI 윤리 헌장'을 만들고,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에서는 '감정교류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AI 기술과 윤리를 주제로 한 '다정한 기계와 동행'이라는 휴먼 소설도 등장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이러한 노력들이 정부 정책과 융합되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빠른 기술 발전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AI 강국은 속도의 나라가 아니라 신뢰의 나라다. 안전을 지키고, 윤리를 실천하며, 책임 있는 AI를 만들어가는 국가가 결국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한다. AI 강국을 향한 길목에서, 한국이 반드시 붙잡아야 할 두 축은 안전과 윤리다.

소순주 코어소프트 대표 SSJLHD@nat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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