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前 LG 부회장 "진정성과 간절함…언제나 통하는 성공 방정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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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전 LG 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최근 출간한 저서 <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 와 관련해 2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혁 기자

권영수 전 LG 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최근 출간한 저서 <당신이 잘되길 바랍니다> 와 관련해 2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혁 기자

누군가는 ‘운’ 이라고 했다. 대기업 사원에서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스토리는 그저 고도 성장기에 올라탄 덕일 뿐이라고. 하지만 직장생활 45년 중 계열사 CEO를 17년이나 맡으며, 떠안은 조직마다 위기를 돌파해낸 영화같은 이야기가 수 차례 반복됐다. 행운이 유독 자주 오는 사람은 노력과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최근 신간을 펴냈다. 권 전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와 만나 “오랜 회사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인생 첫 책을 냈다”며 “올바름과 진정성, 간절함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 위력이 있는지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영수 전 LG 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혁 기자

권영수 전 LG 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혁 기자

그는 명실상부한 LG그룹 간판 CEO였다.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KAIST 산업공학 석사 후 LG맨으로 인생 외길을 걸었다. 책에는 1981년 금성사(LG전자 전신)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던 그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수장을 맡고, 좌충우돌하며 회사를 이끌었던 경험이 담겨 있다.

경쟁사와의 치열한 싸움, 까다로운 고객사를 겨냥해 벌인 물밑 협상과정 등 숨은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이구동성 안되는 일이라고 했던 일을 되게 하기 위해 조직에 어떻게 긍정 마인드를 불어넣었는지, 참모들이나 엔지니어의 보고만 믿지 않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경력이 부족하더라도 의욕이 더 많은 사람에게 중책을 맡기는 ‘용인술’ 등에 대해서도 실었다.

권 전 부회장은 2023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을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요즘도 현역 때 못지않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뉴웨이브원이라는 투자·컨설팅 회사를 설립하고 젊은 창업가 후배들을 돕는데 힘쓰고 있다. 그가 요즘 머물고 있는 서울 도곡동 사무실 한켠에는 ‘하늘이 돕고 있으니 사람에게 신실하게 대하면 이로운 일만 생긴다’고 붙여놓은 글귀가 있다. 결코 순탄치 않았던 회사생활 탓이라고.

권영수 전 LG 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혁 기자

권영수 전 LG 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혁 기자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유플러스, 에너지솔루션 등 그룹 내 계열사 대표로 부임하는 곳마다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심지어 이 업종들의 경쟁자들은 막강하고 고객사는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어디서 승부를 걸어야 이길 수 있을지 마음은 간절하지만 막막할 때, 기막힌 타이밍에 내·외부에서 우군들이 도움을 줬다.

그는 “꼭 회사를 살려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여기저기 표현하며 조언을 경청하니 이런저런 도움이 이어지고 조직 내부에서도 위기를 돌파할 아이디어가 샘솟았다”며 “간절함과 진정성을 공유하며 내는 강력한 집단의 힘은 지금도 인공지능(AI)이 절대 따라할 수 없다”고 했다.

권영수 전 LG 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혁 기자

권영수 전 LG 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혁 기자

후배들에게 늘 강조하는 제 1 덕목은 ‘이청득심(以聽得心)’이다. 경청하면서 구성원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인데 말이 쉽지 실천이 어렵다. 누구든 대표가 되면 성과와 생존 압박에 쫓겨 자신의 메시지를 설파하기 급급한 리더가 된다. 그는 “자기 객관화를 위해 내부 인사가 아닌 제3자의 코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저 뿐 아니라 같이 일했던 모든 임원들에게 코칭을 의무화 했다”고 말했다.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달리는 것이 터부시되는 요즘 직장 문화에 대해서도 조언을 이어갔다. 젊은 직장인들에게 하고싶은 얘기가 많다고.

“왜 사는지, 어떤 게 행복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후배들에게 물어봅니다. 그저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답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타인과 사회에 의미있고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눈빛이 반짝이는 후배에게 저도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집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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