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원장·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이재명 정부가 9월 16일에 확정한 123대 국정과제 가운데 경제 분야의 핵심은 '인공지능(AI) 대전환'이다. AI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의 도구가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물론 금융, 교육, 보건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생산성과 혁신을 견인하는 범용 기술이다. 향후 5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 전략이 AI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AI 대전환의 성공은 결국 사람, 곧 연구개발(R&D) 인력에 달려 있다.
문제는 한국이 심각한 인력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5~2029년 신기술 분야의 인력 전망은 초급 인력이 0.84만명가량 초과 공급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급 인력은 29만명, 고급 인력은 28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중·고급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실제 현장 체감도 다르지 않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에서 기업의 32.1%가 작년보다 R&D 인력 운용이 어려워졌다고 답했으며, 지방 기업은 그 비율이 37.9%에 달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의하면 중소기업 재직 연구개발 인력은 불과 1년 새 1만 명 이상 줄었고, 전체 연구원 중 중소기업 비중은 2017년 57.8%에서 2024년 49.4%로 감소했다. 지역과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투자 규모만 보면 한국은 세계 상위권이다. 2023년 R&D비용은 119조740억 원으로 세계 5위, GDP 대비 비중은 4.96%로 세계 2위에 이른다. 그러나 R&D 인력은 60만여명에 불과하고,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도 17.3명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도 초급 인력 과잉, 중급과 고급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미스매치가 고착화하고 있다. 이공계 기피와 의대 쏠림, 해외 유출까지 겹치면서 R&D 인적자본의 질과 양이 동시에 위축되는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AI와 반도체 같은 국가 전략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경제 성장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직결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가 취해야 할 대응은 분명하다. 대학과 대학원의 첨단 분야 정원을 확대하고, 산학협력 기반의 실무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수 인재를 이공계로 유인하기 위한 장학생 제도 확대와 더불어 AI와 반도체 등 전략 분야를 특화한 대학원 설립이 시급하다. 나아가 교육부, 과기정통부, 산업부, 고용부 등 부처간 협업 체계를 마련해 교육·훈련-노동시장-산업을 아우르는 국가적 인재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기존 인력의 역량을 높이는 노력도 중요하다. 초급 연구원을 재교육과 경력개발을 통해 중급·고급 인재로 성장시키고, 퇴직 과학기술인이나 박사급 인력을 중소기업과 지역 산업 현장에 재투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안정적 연구환경과 장기 연구비 지원을 보장하고, 해외 인재 유입을 위한 비자 제도 완화와 영어 기반 연구환경 조성, 국제 공동연구 확대 같은 개방적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지방 거점 연구소와 공동연구센터 설립, 주거와 교육 인프라 개선, 지방 연구자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 제공 등은 지역 인력 격차 해소에도 필수적이다.
AI 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자가 곧바로 혁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R&D 인력이라는 인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거대한 프로젝트라도 속도와 성과를 담보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R&D 인력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전략적 육성이 절실하다. 아울러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R&D 인력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바라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히 지원하는 사회적 합의가 마련될 때 비로소 혁신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할 것이다. 정부, 산업계, 학계가 힘을 모아 인재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때, 한국은 AI 대전환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돈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원장·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sdlee@kriv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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