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경쟁'이 부른 빅테크 감원…일자리 줄고 역할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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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경쟁'이 부른 빅테크 감원…일자리 줄고 역할 바뀐다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감원과 직무 변화가 한꺼번에 작동하는 '이중 재편' 국면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마존은 지난 달 28일 인사(HR), 아마존웹서비스(AWS), 알렉사, 프라임비디오, 광고 부서를 포함해 1만4000명을 감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추가로 3만명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경제매체 CNBC 보도 등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5월과 7월에 걸쳐 총 1만5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세일즈포스는 최대 5000명에 이르는 고객지원 조직 감축과 동시에 영업 인력 3000~5000명 충원이라는 '선택적 재편'을 진행 중이다. IBM도 글로벌 직원의 1%에 해당하는 2700명의 연내 감원을 예고했다.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시작된 이러한 구조조정 흐름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영업뿐 아니라 핵심 기술 직군까지 포함해 700여명 중 약 30% 수준을 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클 본사가 MS, AWS 등과 AI 인프라 경쟁을 벌이며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고정비 절감 압박이 한국 법인에도 전파된 결과로 풀이된다. AI 인프라 경쟁이 격화되면서 반도체 공장처럼 막대한 돈을 선투자하고 나중에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조정이 단순 경영 효율화 조치는 아니라고 봤다. AI 중심의 신규 성장 구조를 만들기 위한 조직 재설계 작업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이들 기업 감원의 공통점은 △중간관리자 축소 △기술·지원 직무 재배치 △조직 계층 단순화 △AI·클라우드 중심 자원 집중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가트너는 이러한 감원을 AI가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대규모로 대체한 결과로 단정하는 것은 오해라고 평가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AI는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직무와 역할의 대규모 재편'을 유발하고 있다. 2028~2029년부터는 AI가 없애는 일자리보다 새로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매년 3200만개 이상의 직무가 재구성되고, 매일 15만개 직무가 업스킬링을 요구받는 등 조직 내부의 혼란과 전환 비용은 상당 기간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국내는 감원보다 채용 축소와 역할 재조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단계에 있으며, AI와 함께 성과를 인재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한 AI 기업 대표는 “국내는 미국과 달리 노동 유연성이 낮아 AI 자동화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인력 감축이 쉽지 않다”며 “감축 대신 신규 채용 축소와 기존 인력 내 조정이 이어지면서 조직 내 '잉여 노동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 채용 플랫폼 원티드랩 관계자는 “반복 업무는 AI가 대체하지만, AI를 조력자처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단순 코딩보다 AI와 함께 시스템을 설계·조율할 수 있는 'AI 네이티브형' 인재 수요가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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