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발한 투자가 일어났다. 지난달 15일 KPMG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VC 회사들의 투자액은 1207억 달러(약 166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55% 증가한 것이다. 지난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상승세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 광풍이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디펜스 테크와 양자컴퓨팅 업체들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내년에 투자를 받았던 스타트업들이 성장해 증권 시장 상장을 시작하면 벤처 투자 생태계가 본격적인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양자컴퓨팅·디펜스 테크 두각
VC 업계 투자 증가의 주요한 배경은 ‘AI 붐’이다. 3분기 동안 VC 상위 10대 투자 가운데 9건이 AI 관련 기업이었다. 대표적으로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이 130억 달러, 일론 머스크가 보유한 기업으로 잘 알려진 xAI가 100억 달러를 조달받았다.
고금리·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AI만큼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VC 업계 곳곳에서 나타났다. KMPG 측은 “VC 자금이 단순 모델 기업 뿐만 아니라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 등 AI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도 해석했다.
양자컴퓨팅과 디펜스 테크 분야도 두각을 드러냈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연산을 ‘큐비트’로 수행하는 초고속 연산 기술이다. 미국 사이퀀텀, 핀란드 IQM이 각각 10억달러, 3억2000만 달러씩 자금을 조달받았다.
디펜스 테크 분야에서는 미국의 전기식 수직이착륙 항공기(eVTOL) 제조사 베타테크놀로지스가 3분기 동안 4억6900만 달러 자금을 투자받았다. 미국 방산 업체인 하드리안 역시 2억60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KMPG 측은 “지정학적 긴장과 각국 정부의 기술자립 기조가 맞물리면서 디펜스 테크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美·유럽 VC 투자 80% … 아시아도 꿈틀
대륙별로 보면 벤처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3분기 미국 벤처기업들은 총 809억 달러를 조달했다. 건수로만 해도 3175건이다. 앤스로픽과 xAI 외에도 리플렉션AI, 데이터브릭스, 그록, 퍼플렉시티AI 등이 투자를 받았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AI 기업인 미스트랄AI와 영국 엔스케일 등 유럽의 간판 AI 스타트업이 대형 투자를 유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북미·유럽을 합친 AI 투자 비중은 글로벌 투자액의 80%를 넘었다.
아시아에서는 3분기동안 글로벌 투자액의 13% 수준인 168억 달러의 투자가 진행됐다. 아시아에서 투자를 받은 톱10 기업 중에서 7개 업체가 중국에 있는 회사였다. 한국에서 순위 안에 든 기업은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이 유일했다.
KPMG 측은 아시아 VC 업계에 대해 “아직은 전체적으로 신중한 투자 분위기”라며 “홍콩의 핀테크, 일본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중국의 AI 기업 분산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4분기도 상승 … AI·로보틱스가 이끈다
KPMG는 올 4분기에도 글로벌 벤처투자 흐름은 상승세일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 동력은 여전히 AI 투자다. 대형 AI 모델 기업은 물론 산업별 맞춤형 AI 솔루션, AI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질 전망이다.
AI로 인한 기술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KPMG 측은 “향후 AI 솔루션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VC 업계가 로보틱스 분야를 주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물류·제조·의료 분야에서 로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신규 투자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내년에는 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증시 상장 러시, 인수합병(M&A) 등 ‘엑시트’ 활동이 이어지면서, 자금 회수 국면을 넘어 전례 없는 성장 사이클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까지 내놓았다. 코너 무어 KPMG 글로벌 총괄은 “AI·디펜스 테크·핀테크가 여전히 투자 시장의 중심축”이라며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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