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과 外人 자금 이탈…악순환 고리 형성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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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과 外人 자금 이탈…악순환 고리 형성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최근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절대 수준이 1400원 선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하루 변동폭도 베트남 동화 등 동남아시아 통화보다 크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0년대 후반과 원화의 이류 통화 우려가 제기된 2년 전처럼 대내외 충격에 완충 능력이 떨어진 여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이상 조짐이 나타난 시점은 올해 초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달러인덱스는 1차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지난 7월 말까지 약 10% 하락했다. 하지만 달러인덱스와 같은 방향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던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1390원대로 상승했다. ‘환율 수수께끼’로 불리는 이 현상이 첫 번째 이상 징후였다.

환율 상승과 外人 자금 이탈…악순환 고리 형성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8월 이후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변동 요인이 있었지만 원·달러 환율의 중심축(pivot)은 1390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종의 ‘카무플라주’ 현상으로, 마치 관세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고 외환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것이 두 번째 이상 징후다. 이 기간 잠재적인 환율 변동 요인, 즉 ‘숨은 바퀴벌레’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

2년 만에 다시 불거진 미국 지방은행 사태와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의 경고로 ‘바퀴벌레 이론’이 재조명받고 있다. 부엌에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발견되면 그 속에는 떼가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잠재 부실이 터지기 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금융위기를 막기 어렵다는 위험관리론이다.

문제는 지난달 중순 이후 카무플라주 기간에 누적된 바퀴벌레들이 속속 벽장을 뚫고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달러인덱스에 숨겨진 달러 강세 요인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 지수는 구성 비중의 58%를 차지하는 유로화(영국 파운드 등 기타 유럽 통화를 포함하면 74%)의 약세에 따라 상승하고, 강세에 따라 하락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사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아베노믹스’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엔저 정책을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 이후 엔·달러 환율은 152엔을 돌파했다. 2023년 이후 원화와 엔화의 상관계수는 여전히 0.3 내외로 추정된다.

중국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직후 위안화 절하를 포함한 종합적인 경기 부양책을 모색하고 있다. 4연임을 통해 종신집권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주석은 인민의 경제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 같은 정책을 선택했다.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계수는 0.6으로, 주요 교역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도 잠재된 ‘큰 바퀴벌레’가 존재한다. 관세 협상의 대미 투자 규모는 3500억달러로, 대외 순자산 대비 33%, 외환보유액 대비 84%에 이른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한다면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이탈 사이에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다. 임계점은 달러당 1430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친(親)증시 정책 기대가 환차손 우려를 상쇄하며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달 20일 이후 환율이 1430원을 넘기자 외국인 자금이 1조원 이상 이탈했다.

선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조기경보시스템(EWS)을 본격 가동하고, 국가 간 또는 내부적으로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해 금융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대미 투자 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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