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퍼스트 클래스 승객도 보는 경영전문지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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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1년을 맞은 한국경제인협회 계간지 <다함께 올 투게더>  / 임형택 기자

발행 1년을 맞은 한국경제인협회 계간지 <다함께 올 투게더> / 임형택 기자

콘돌리사 라이스 전 미국 국무부 장관, 허태수 GS 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장….

한국경제인협회가 3개월마다 발간하는 계간지 <다함께 All Together>가 사계절을 한바퀴 돌며 만난 사람들이다. 한경협은 이들을 직접 만나 묻고 답하며 인터뷰를 정리했다.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슈들을 전문가의 기고와 좌담회, 인터뷰 등으로 빌려 다루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국제정치 전망을 깊게 다뤘다. 양자컴퓨터, 반도체, 인공지능(AI) 생태계 등 사회적 관심이 많은 이슈 하나를 놓고 전문가 대담을 통해 깊게 다루는 코너도 있다. 싱크탱크의 연구보고서를 연상시킨다. 국문 뿐 아니라 영문본도 함께 발간한다.

한국경제인협회 19년차 시니어 직원인 최수연 파트장이 계간지 <다함께 올 투게더> 를 소개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한국경제인협회 19년차 시니어 직원인 최수연 파트장이 계간지 <다함께 올 투게더> 를 소개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이 계간지 제작 실무를 총괄하는 최수연 한경협 파트장은 지난 11일 “우리나라에 기업 경영환경에 도움이 되고 시민들의 교양에도 도움이 될 만한 양서 같은 잡지 하나쯤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며 “홍보 욕심을 다 내려놓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하는 ‘나라경제’ 못지않은 수준의 간행물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파트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의 경제학 석사를 마친 후 한경협에 2006년 입사,19년째 일한 시니어 직원이다. 현재 이 계간지 제작의 총괄 실무를 맡고 있다.

회원사들에게 존재 이유를 늘 증명해야 하는 협회 입장에서는 간행물의 목적을 그간의 성과, 행사 등을 홍보하는 데 둘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펼쳐보면 그런 내용은 맨 끄트머리에 조금 실려있을 뿐이다. 대부분 경제·산업계 현안이나 경영자들이 꼭 알아야 할 지식·교양을 배치했다. 산업계 영향이 클 만한 국회 입법 동향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에 대한 협회 입장은 어떤지도 정리돼 있다.

잡지 한 권 만드는데 100여명 직원들이 총력전을 펼치는 데는, 류진 한경협 회장의 뜻이 담겨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단순히 회원사 이익만 대변하는 기관이 아닌 사회적 책무를 지닌 ‘싱크탱크’ 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류 회장의 지론이었다. 최 파트장은 “한경협을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닌 글로벌 싱크탱크로 만들라는 게 류 회장의 취임 일성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 19년차 시니어 직원인 최수연 파트장이 계간지 <다함께 올 투게더> 를 소개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한국경제인협회 19년차 시니어 직원인 최수연 파트장이 계간지 <다함께 올 투게더> 를 소개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류 회장은 글로벌 인사들을 초청하는 행사들을 더 많이 기획하고, 컨텐츠를 담을 인쇄매체도 발간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다보니 거물급 인터뷰를 할 때가 되면 섭외 준비부터, 미팅 전 예습은 필수가 됐다.

한경협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후신이다. ‘월간 전경련’을 매달 펴내다 2014년에 600회를 끝으로 폐간, 웹진으로 컨텐츠를 옮겼다. 때마침 박근혜 정부 말기 최순실 사태 여파로 전경련 회원사가 감소하고 직원들이 40% 가량 떠나는 ‘고난의 시기’가 겹치면서 매거진을 낼 여력이 없었다. 최 파트장은 “10년만에 간행물을 다시 펴내면서 협회 목소리를 내는데 그치지 말고, 재미와 유익함을 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늘었다. 아무 잡지나 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인천공항 대한항공 퍼스트클래스 라운지, 주요 특급호텔과 백화점 라운지 등에 비치돼 있다. 각 대학과 정부 주요 부처, 공공도서관으로도 보낸다. 발행 부수는 매 회차별 2500부 정도로 무료 배포한다. 최 파트장은 “평소 궁금했던 인물에 대해 깊게 다뤄줘서 좋았다거나, 전 직원 대상 교육자료로 쓰겠다며 대량으로 보내달라고 한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최 파트장은 이 계간지가 기업가정신을 다시금 살리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인쇄물이 가진 힘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한 권의 책이 주는 유익함을 담겠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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