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당연하지만 어려운 투자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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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당연하지만 어려운 투자 철학

증권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하다 보니 주변에서 좋은 종목 좀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말씀드린 적도 있지만, 몇 번 낭패를 본 뒤로는 이제 웃어넘기곤 한다. 남의 말만 믿고 공부나 고민 없이 투자하는 것은 공부 안 하고 어려운 시험을 치르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일이다.

서점에 가면 투자에 관한 책이 많이 있다.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성공 투자 철학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너무 어려운 종잣돈 마련하기, 분산투자, 손절(loss cut), 그리고 추세에 따른 과감한 베팅이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익은 많이 내야 하고 손실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직접 투자하다 보면 손실을 인정하고 적절한 시점에 손절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너무나도 어렵다. ‘조금 더 보유하고 있으면 원금으로 회복되지 않을까?’ ‘손실을 보고 팔면 너무 아까운데?’ 이런 생각 때문에 과감하게 실행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절은 주식 투자에선 불문율이며 반드시 요구되는 필수 조건이다. 과감한 판단으로 손실을 최소화해야 곧 다시 찾아올 투자 기회에 수익을 극대화할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 입문자에게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것이 본인만의 손실 한도를 정해 실행하는 손절이다.

분산 투자 역시 매우 중요하다. 주식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과도 같아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중 가장 상승 확률이 높은 종목을 찾아 적절히 분산 투자하면 설령 나의 예상과 다르게 시장이 움직이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에 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내가 투자하려는 기업이 무엇으로 돈을 버는 곳인지, 관련 업종에서 경쟁력을 갖췄는지,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철학은 어떤지 등을 계속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특히 주식시장은 아주 사소한 이유만으로 급등하거나 급락하기 때문에 사전에 내가 투자할 대상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결정적인 시기에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주식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매우 어렵다. 주식시장의 추세를 잘 판단해 강세장일 때는 투자 비중을 높이고, 약세장일 때는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사실 추세를 판단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적은 돈으로 투자를 잘해서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한두 번 투자에 성공할 수는 있지만, 꾸준히 수익을 내는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어려운 원칙일수록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다. 성공은 ‘한 방’이 아니라 ‘지속’에서 온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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