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책임 총리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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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책임 총리를 기대하며

김민석 의원이 이재명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가 됐다. 여러 가지 자격 논란과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인준의 문턱을 넘어섰다. 정부의 조속한 안정을 희망하는 국민의 바람이 일조했다. 18년 만의 정계 복귀에 이은 총리 취임은 정치인으로서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다.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서 취임한 김 총리의 어깨가 무겁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성공적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모의 현상(賢相)이 되기를 기대한다. 총리는 국정 운영의 큰 틀을 제시하고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중국 한나라 문제 시대 명재상 진평(陳平)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판은 전국에서 몇 번 열리는가” “나라의 세입과 세출은 얼마인가”라는 황제의 질문에 진평은 “재판에 관한 일은 정위(廷尉)가, 나라의 살림은 치속내사(治粟內史)가 가장 잘 압니다. 그들에게 하문하시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 재상의 본분은 무엇이냐는 문제의 물음에 “재상은 위로는 황제를 보필하고 아래로는 만물이 제대로 성장하도록 합니다. 밖으로는 사방의 제후들과 오랑캐들을 다스리고 안으로는 백성들을 친밀하게 따르도록 하며, 관료들이 그 직분을 올바로 실행토록 합니다”라고 말했다.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재상의 본질을 갈파한 명답이 아닐 수 없다. 지혜로운 재상으로 평가받는 진평의 경륜을 잘 보여준다.

‘안위재출령 존망재소용(安危在出令 存亡在所用).’ 사마천의 명저 <사기> ‘평진후주보열전’에 나오는 명구다. “나라의 안위는 어떤 정책을 쓰느냐에 달려 있고, 나라의 존망은 어떤 사람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정책과 인사의 성패가 결국 정부의 성과를 좌우한다. 국리민복과 민생 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실용적 정책이 실효성 있게 실천될 때 정부 성과가 극대화할 수 있다. 청나라 최전성기를 구가한 건륭제는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건륭제조차 말년에 화신이라는 희대의 간신을 중용하는 바람에 정권의 안위가 크게 도전받았다. 화신은 18년 치의 국가재정에 해당하는 돈을 착복함으로써 청조를 부정부패의 늪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정권 초 인사 참사가 정부의 안정적 착근을 위협했던 과거 정권의 경험을 고려할 때 공정 인사, 균형 인사, 적재적소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겸청즉명 편신즉암(兼廳則明 偏信則暗).’ 당 태종 이세민을 불세출의 명군으로 이끈 위대한 간관 위징(魏徵)의 말이다. “두루 들으면 밝게 되고, 한쪽 말만 들으면 어둡게 된다”는 의미다. 한쪽 말만 들으면 간사한 일이 생긴다는 말도 같은 취지다. “감히 간언했고, 능히 간언했고, 훌륭히 간언했다”는 위징의 간언이 태종을 뛰어난 황제로 만들었다.

총리는 내정의 큰 방향을 조율하고 잘 시행되도록 통할·독려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실패의 주요 원인이 소통 부재와 일방적 의사결정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에는 12·3 비상계엄이라는 천추의 한을 남겼다. 우리나라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김민석 내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 및 사회 각계각층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언로가 차단되지 말아야 한다. 언로가 차단될 때 위기가 찾아온다. 반대 의견을 경청하는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높은 지지율로 출발한 정권이 추락하기 시작하는 것은 소통이 단절될 때부터다. 귀를 크게 열고 들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인은 남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경청이 정치의 성공 조건이다.

나라 살림이 어렵다. 두 번의 추경 편성으로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울렸다. 공자는 ‘정재절재(政在節財)’를 강조했다. 정치는 재물을 아끼는 것이라는 명언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마중물로서 재정의 역할이 강조돼야 하지만 나라 살림의 기본 원칙은 들어온 만큼 쓰는 것이다. 예산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불요불급한 감세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국가채무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비기축통화국인 대한민국에 재정 건전성 유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신임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섬김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경륜 있는 책임 총리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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